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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로핑 영법으로 물살을 가로지르는 황선우의 모습. /연합뉴스

'하나 반, 둘. 하나 반, 둘….' 다른 선수에 비해 유독 반 박자가 긴 황선우의 '엇박자 자유형'. 그는 오른손을 왼손보다 더 길게 늘이며 레인을 가로지른다.

한쪽 팔로 길게 리듬 타는 영법
고개 들고 숨쉬어 흡사 요트 같아
'수력 5년차' 기자 직접 돌아보니
힘 더 들어가고 일반형과 효과 비슷

"물 타고 넘어가는 영법… 큰 로핑 구사"


최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더해 과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황선우가 한국 수영에 새 역사를 쓸 때마다 '로핑 영법'이 덩달아 소소한 화젯거리고 떠오르고 있다. 실제 황선우가 금메달을 딴 지난 27일 이후 로핑 영법 검색량은 평상시에 비해 폭증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m 결승전(2021년 7월 27일) 전후로는 로핑 영법이 주요 검색 키워드로 등장했다.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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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트렌드로 조회한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전 전후 '로핑 영법' 검색량 추이.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주별·월별로 각각 합산해,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뒤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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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트렌드로 조회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전 전후 '로핑 영법' 검색량 추이. 그래프는 네이버에서 해당 검색어가 검색된 횟수를 일별·주별·월별 각각 합산해,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 뒤 상대적인 변화를 나타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로핑은 한쪽 팔로 길게 리듬을 타는 것으로, 상체가 하체보다 높게 뜬 상태로 헤엄치는 영법이다. 호흡할 때 고개는 조금 더 위로 올라간다. 좌우 균형을 맞춰가는 일반적인 자유형이 안정적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이라면, 로핑 영법은 앞머리가 위로 살짝 뜬 상태로 수면 위를 재빠르게 가르는 모터 달린 요트에 가깝다.

황선우 덕분에 로핑 영법이 주목받고 있으나, 막상 훈련할 때 선수들이 로핑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로핑 스타일로 우승한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한쪽 팔을 길게 뻗는 식으로 훈련한 게 아닌, 본인만의 버릇으로 굳어진 경우여서다. 황선우도 무수한 훈련 끝에 스스로 체득한 사례다. 엘리트 수영 선수들이 애써 로핑 영법으로 바꾸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핑 영법을 구사하는 세계적인 선수로는 미국의 케이티 러데키가 손에 꼽힌다. 러데키는 로핑 영법을 장거리(1천500m)에 활용하는 '괴물 체력'의 소유자다. 단거리 선수로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있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수영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부천시청 수영부 감독인 방승훈도 당시 로핑 스타일을 구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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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케이티 러데키는 로핑 영법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괴물 체력'의 소유자다. 사진은 지난 2021년 7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년 하계 올림픽 여자 자유형 1천500m 결승에서 러데키가 우승한 뒤 환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대개 단거리를 주파할 때 나타나는 로핑은 체력 소모가 심해 생활체육에서 주된 영법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머리보다는 다리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 있기에, 가라앉지 않고 빠르게 전진하려면 강한 킥은 필수다. '수력' 5년 차인 기자가 직접 25m 수영장에서 로핑 영법으로 50m를 돌아본 결과 킥을 재빨리, 세게 차지 않는 이상 속도는 일반적인 자유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에너지 효율로 따진다면 구태여 로핑 영법으로 교정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결국 로핑 영법의 핵심은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리듬감'과 '강한 킥'이다. 수영 강습 상급반에서도 로핑 영법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나 발차기를 비롯한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고, 자세 잡는 게 까다로워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곤 한다. '데일리 영법'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단조로운 스타일의 자유형이 지겨울 때쯤 한 번씩 시도해볼 만한 매력 있는 영법임은 분명하다.

생활체육인도 황선우처럼 멋진 로핑 영법을 구사할 수는 없을까. 서문지호 안양시청 수영팀 감독은 "로핑은 쉽게 말해 물을 타고 넘어가는 영법이다. 교과서적으로만 본다면 로핑은 좋은 영법은 아니"라며 "황선우 선수는 동작이 큰 로핑을 구사한다. 연습 때 자신만의 박자를 찾아서 킥을 최대치로 강하고 꾸준하게 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