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2023 성남페스티벌' 메인행사장에 마련된 시민라디오의 지난 7일 모습. 2023.10.7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시·성남문화재단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분당 탄천 야탑·하탑교 일대를 중심으로 '2023 성남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성남 대표축제로 올해 처음 진행된 이 행사에는 기초자치단체 규모로는 적지 않은 시비 15억원·NH농협은행 후원금 2억원 등 모두 17억원이 투입됐다. 밀착 현장 취재를 토대로 2회에 걸쳐 허와 실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2023 성남페스티벌 메인행사장인 야탑·하탑교 일대는 아파트단지가 빼곡하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성남문화재단 측은 이곳에 '즐길거리'라며 시민라디오 등 7개의 부스를, 휴식공간이라며 '인디언텐트' 등 4개의 시설물을 설치했다.

성남페스티벌 이틀째인 지난 7일 오후 3시께. 적지 않은 시민들이 메인행사장 구역 안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스나 시설물은 시민들을 붙잡지 못했고 한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시민라디오에는 채 10명도 안 되는 시민들이 있었고 인디언텐트는 절반가량이 비어 있었다. 10대 청소년 3명은 "볼 것도 할 것도 없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행사장을 지나쳤다.

그나마 푸드트럭과 마켓은 붐볐지만 둘 다 비용이 필요한 상업구역이었다. 종종 부스나 시설물을 안내 스태프들이 차지하는 메인행사장의 모습은 행사 내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프로그램 빈약·행사장 부스 한적
'사자난장' 공연 관람객 고작 50명
같은 날 다른 축제들 흥행과 대조


성남문화재단 측은 또 '구석구석 예술배달'이라며 메인행사장을 비롯한 모란시장, 서현역, 야탑역 등 9곳에 하루에 두세 차례, 4일간 모두 55개의 거리공연을 배치했다.

그중 하나인 '사자난장'이 지난 8일 오후 5시 수내역 맛집거리에서 진행됐다. 16분간 진행된 이 공연을 지켜본 시민은 50명 정도였다. 거리공연은 마임쇼, 봉앤줄 등 대부분 여느 연극제나 문화제에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나열이었다.

지난 7·8일에는 시청 광장에서 '성남시민의 날 기념 주간 시민참여 행사'도 열렸다. 지난 7일 오후 2시께 '시민참여존'·'4차산업특별도시드론'·'자율주행배달로봇' 등의 부스에는 가족단위 시민들이 북적거렸다. 행사 관계자는 "광장을 찾은 시민이 8일 오전 3시께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고 귀띔했다.

또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지난 7일 2012년부터 열려 온 '파크콘서트'의 올해 마지막 행사인 잔나비 공연이 펼쳐졌다. 1만여 명이 공연장을 채웠고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수천의 시민이 입구 쪽 공원에 자리 잡은 채 소리만 듣거나 발길을 돌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런 두 개의 행사와 단순비교해도 성남페스티벌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빈약했다. 시민들을 단순히 '구경꾼' 수준에 위치시켰고, 프로그램들은 '성남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내세울 만한 '특색'이나 '통일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 33회를 진행한 '거창국제연극제'는 수변무대 등에서 9개국 10개팀을 포함한 75회 공연이 15일간 이어졌고 예산은 8억원이었다. 제60회 '수원화성문화제'는 다양한 시민 주도·참여 프로그램을 중심에 놓고 국제 자매 우호 도시 예술단 초청 공연·드론아트쇼·정조대왕 능행차·시민의날 기념행사 등을 배치했다. 용인시는 별도로 시가 주도하는 축제를 하지 않고 각 지역·단위별로 자발적인 축제를 이어간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