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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은 수원 화성의 백미다. '동북각루'란 원이름대로 방화수류정은 군사 지휘시설이자 휴식 공간인 정자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독특한 건축 구조와 지붕의 형태로 인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3월 3일 보물 제1709호로 지정됐다. 방화수류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빼어난 건축미와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 주변의 화홍문과 용연으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평일은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인기 만점의 명소다.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란 당호(堂號)는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논다"는 뜻인데, 송나라 때 시인 정명도의 작품 한 구절을 따서 붙인 멋진 이름이다. 정조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최고의 무기이며, 적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준다' 했거니와, 방화수류정·화홍문·서북공심돈·서장대 등은 가히 조선 후기 건축 기술의 절정이라 할만하다. 이 중에서도 방화수류정은 당시 사찰 건축의 일인자였던 굉흠 스님 등 당대 최고의 장인과 대목장들이 힘을 합쳐 탄생시킨 명품 중의 명품이다. 수원 팔경 중에서 '화홍문의 수문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華虹觀漲)'와 '용연에서 달 뜨길 기다린다'는 '용지대월(龍池待月)' 등 2경이 방화수류정 주변에 있다. 여름날 방화수류정에 앉아 수원 시내 야경과 달빛을 바라보며 화홍문을 관통하며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것은 도심 한복판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그만큼 수원천과 용연과 방화수류정은 최고의 조합이며, 특히 용연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관에 따라 조성된 인공 연못이다. 그리고 이 용연에서 바라보는 방화수류정과 용연의 수면에 어리는 방화수류정은 마치 한 송이 연꽃 같다. 그야말로 눈맛이 최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용연에 심어둔 연꽃으로 인해 이 천혜의 경관이 방해받고 있다. 수면 위로 비치던 방화수류정을 볼 수도 없거니와, 무성한 연잎들로 인해 연못의 고즈넉한 정취가 사라지고 말았다. 문화재는 손대지 말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상책이다. 비단에 꽃을 얹는 금상첨화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상(錦上)의 첨화(添花)가 오히려 비단의 아름다움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용연의 연꽃은 없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