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게 몹시 중요합니다. 원자력에만 의존하면 후속 세대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김현철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11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제436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주제는 '오펜하이머의 역설 : 오펜하이머의 핵폭탄부터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까지'였다.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로 핵폭탄(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인물이다. 오펜하이머는 핵폭탄과는 거리가 먼 이론물리학자였다. 그가 핵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괄자로 뽑힌 이유로 김 교수는 '뛰어난 이해력'과 '소통능력'을 꼽았다.
김 교수는 오펜하이머에 대해 "이론과 실험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면서, 아는 과학자가 많은 제너럴리스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중 여러 명이 노벨상 수상자인 반면 오펜하이머는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며 "(노벨상 수상과는 별개로) 오펜하이머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사능 갑상선암 유발 '치명적'
日, 바다에 방류 '안 좋은 선례'
우리 자식세대로 갈수록 심각
김 교수는 이날 원자폭탄의 원리와 위력, 원자력발전의 근원을 돌아보며 '핵과 인간의 삶'을 되짚었다. 현재 상용화된 원자력 기술은 핵분열을 통한 핵반응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원자 폭탄을 만들어낸 원리와 같다. 원자력은 현대 사회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주요 에너지원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은 인체를 지나며 세포 DNA에 영향을 미치거나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이다.
현재 국내에도 고리원전 등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이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연계해 최근 국내외 이슈로 부상한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방류 문제를 되짚었다.
그는 "우리도 고준위 폐기물이 차곡차곡 쌓여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걸 해결할 곳이 없다"며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걸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례가 생기면 훗날 어디, 어느 나라가 같은 일을 반복할지 모른다"며 "(도쿄전력이)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에너지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우리 자식 세대로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며 "(원전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가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손자병법'과 '맹자'에 언급된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를 언급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는 하늘과 땅의 이득보다 사람의 화합만 한 것이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용택 이사장은 "천시지리를 얻어 전쟁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인화가 없으면 곧 분쟁으로 나간다"며 "인화가 제일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