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죠. 기사들이 하이브리드 버스 운행을 안 하려고 해요. 툭하면 고장 나고 서버리니까…."
인천 남동구 장수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수리 중인 CNG(압축천연가스) 하이브리드 버스를 보며 부성여객 소속 운전기사 A씨가 이렇게 말했다. 부성여객이 운영 중인 간선버스 33번과 36번 중 하이브리드 버스 14대는 걸핏하면 고장이 난다. A씨는 올여름에 운행 도중 엔진이 고장 나서 5차례나 노선을 완주하지 못하고 차고지로 되돌아왔다고 푸념했다.
인천시가 환경 보호와 연비 개선을 위해 2014년부터 5년 동안 도입한 하이브리드 버스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됐다. 도입 당시엔 전기 모터와 CNG를 동력원으로 쓴다는 점에서 각광 받은 친환경 버스였으나 고장이 잦은 데다, 차량 제조사들이 더는 하이브리드 버스를 만들지 않아 부품 조달도 어렵기 때문이다.
엔진 과부하 잦은 고장원인
부품 수급도 어려워 '전전긍긍'
마력 약해 급출발 민원 이어져
내구 연한 남아도 내년 모두 폐차
버스 기사들은 일반 버스와는 다른 하이브리드 버스 엔진을 잦은 고장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이브리드 버스 엔진은 일반 버스에 비해 작고, 엔진 마력이 약한 탓에 정차 후 출발할 때나 경사로를 오를 때 쉽게 가열된다는 게 기사들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버스 엔진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내연기관의 엔진과 함께 전기 모터가 장착돼 있다. 전기 모터가 엔진의 동력을 보조해 운행하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엔진의 마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해 엔진에 과부하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엔진이 쉽게 과열돼 냉각수가 금세 고갈되거나 과열이 심하면 냉각수 연결선이 터지는 고장까지 발생하고 있다. 버스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버스가 고장 날 때마다 전전긍긍한다. 부품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버스를 타는 시민들도 불편을 겪는다. 하이브리드 버스의 엔진 마력이 약하다 보니 기사들이 정차 후 출발할 때마다 액셀러레이터를 과도하게 밟게 된다. A씨는 "속도를 내기 위해 액셀을 세게 밟는 경우가 많아 승객들은 위험하게 운전한다고 느끼는 일이 많을 것"이라며 "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 배차 간격은 지켜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과속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버스 노선에서 승객들의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부성여객의 하이브리드 버스가 다니는 33번, 36번 노선에 대한 민원은 월평균 40건에 달한다. 주로 급출발이나 급제동에 의한 불만 사항이 많다.
인천에 도입된 하이브리드 버스 39대 중 지금은 32대만 운행 중이다. 버스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버스에 대한 조기 폐차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마니교통은 9대 중 2대를 이미 폐차했고, 남은 7대도 내년 안으로 조기 폐차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하이브리드 버스 1대당 6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시민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임한택 마니교통 전무는 "내구연한이 남은 버스를 폐차하면 회사에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버스 기사나 승객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 없어 폐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에너지정책과 관계자는 "당시 환경부 지침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절반 부담해 절차대로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천연가스 버스 보급 지원사업이 내년부터는 종료돼 하이브리드 버스에 대한 추가 보조금 지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주엽기자, 이상우 수습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