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이모씨는 1년마다 학교와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규직 교사의 휴직 등 사유로 학교에 빈자리가 있더라도, 사정에 따라 과목당 인원을 줄이거나 하면 다른 학교를 찾는 '구직 활동'에 나서야 해서다. 이씨는 "매년 2월에 보통 새 계약서를 쓰는데 자리가 있을지 연말부터 초조해진다"며 "운이 좋아 지금 있는 학교에 근무한지 4년이나 됐지만, 기간제는 정규직과 달리 티오(TO)가 유동적이라 언제고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전모씨도 기간제교사다. 학교와 계약 전 면접 때 담임을 할 의향이 있느냔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한 후 지금의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는 "대입과 학생들의 마지막 고교 생활을 함께한다는 데 보람이 있다"면서도 "예전과 달리 고3 담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선호와 관계없이 떠밀리듯 처음 이 자리에 왔고 적응에 애를 먹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대다수 기간제 교사들은 업무분장 시기에 학교폭력 같은 기피업무를 벗어나기는커녕 채용만 돼도 감지덕지인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재계약할때 피해 볼까 '침묵'
채용만 돼도 감지덕지한 현실
80% "어려움 토로할 곳 없다"
일선 학교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 보호 방안이 앞다퉈 제시되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 6만2천여명(2022년 기준)에 이르는 기간제교사들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앞선 사례처럼 기피 업무를 맡거나 교육 활동이 침해되는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혹여 재계약 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에 학교 측에 이의제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전국기간제교사노조가 이달 전국의 기간제 교사 3천여명을 대상으로 교육 환경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6%는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기피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일컫는 주된 기피 업무는 학교폭력, 돌봄, 방과 후 관련 업무 등 정규 교사들도 공통적으로 꺼리는 업무다.
특히 업무분장에 대해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창구가 학교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0% 가까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시정을 요구했을 때 반영됐는지에 대해선 '매우 그렇지 않다'(19.9%)와 '그렇지 않다'(30.8%)로 과반을 이뤘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기지부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기간제교사의 안정적 고용 여건 보장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대신 적어도 2~3년씩 직고용을 하고, 학교별 수요를 파악해 파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간제교사 임용권자는 학교장이고 결원 발생 등 학교별 필요에 따라 뽑는 것이기에 정규직 전환 등 대상이 아니"라며 "교과와 업무 등에 대해서도 학교와 교사가 계약할 때 명시하도록 지침을 내리지만, 학교 권한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