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 베를린과 우리나라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수도권을 거미줄처럼 엮은 철도·버스 중심 대중교통망은 한국과 독일 모두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베를린 철도는 시내를 잇는 유반(U-Bahn)과 시내와 근교를 연결하는 에스반(S-Bahn)으로 나뉜다.
유반은 서울지하철과 마찬가지로 1~9호선이 있다. 한국 수도권에선 서울지하철이 광역전철 역할까지 한다면, 베를린에선 에스반이 간선·광역철도 역할을 도맡는다.
베를린 에스반은 인천~경기~서울 왕십리를 잇는 '수인분당선'이나 경기 남부와 서울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을 떠올리면 된다. 베를린 시내 도로에서는 시내버스와 트램(노면전차)이 골목 곳곳을 누빈다.
독일에서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열차로는 레기오날반(Regionalbahn)으로 불리는 RB와 RE가 있다. 레기오날반은 한국 수도권에서 구축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또는 준고속열차(ITX)와 유사하다.
독일 전역에 레기오날반이 깔렸다. 이처럼 베를린은 다양한 종류의 대중교통수단이 있어 월 49유로(약 7만원)의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 도입이 수월했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 KTX에 해당하는 고속철도(IC, ICE)는 D-티켓을 쓸 수 없다.
서울과 베를린 모두 수도권 통근·통학 인구가 많다. 서울시는 최근 D-티켓을 모델로 하는 월 6만5천원 무제한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현재까지 서울시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천·경기지역 도입은 아직 검토 중이다. 독일 전역에서 사용하는 D-티켓과 가장 큰 차이다.
한국 수도권 철도·버스는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탑승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D-티켓 등 교통권을 소지하고 탑승하면 되는 점이 다르다. 대신 독일에선 '컨트롤러'(Controller·검표원)들이 무작위로, 적극적으로 검표하고 있다.
D-티켓 도입 전엔 모바일 메신저에 수만명이 참여한 채팅방이 개설돼 검표원이 어디에서 활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했다. 교통비 부담으로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검표원 행세를 하며 무임승차자(주로 관광객)에게 현금(과태료 60유로)을 요구하는 사기 행각도 많았다고 한다.
/박경호기자·이영지 수습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