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기는 죽이고 여자 아기만 살려 병사로 키웠다는 여성 전사 부족 아마존(Amazon)의 신화는 지금도 페미니즘의 역사적 서사로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헤로도투스의 '역사'나 폼페이우스 원정 기록 등 그리스, 로마 역사서에 등장한다. 소규모 여성 부대와의 전투를 과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남미 정복 과정에서 여전사들과의 교전이 있었다 해서 남미 열대우림이 아마존이 됐다. 긴머리 원주민을 여성으로 착각했다는 설이 있다.
원더우먼은 아마존 신화에서 탄생했다. 2차세계대전 즈음에 슈퍼맨의 여성 버전으로 탄생한 만화 주인공이, 1975년 TV 드라마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미인대회 출신 린다 카터는 여성 영웅보다는 섹시 심벌로서 남심을 사로잡았다. 원더우먼이 이스라엘 여배우 갤 가돗을 만나 2017년 개별적인 영웅 캐릭터로 독립하기까지 한 세대가 걸렸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터지자 갤 가돗의 군 경력이 화제가 됐다. 24개월 현역병 의무를 이행한 그녀는 국제사회에 이스라엘 지지를 호소했다. 병역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여성도 징병 대상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격퇴한 여성 예비군의 활약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처럼 여성 징병제 국가 중엔 북한도 있다. 2015년부터 7년 징병제를 실시 중이다. 노르웨이는 여성들의 남녀평등 주장으로 도입됐는데, 병역의 강도가 약하고 혜택이 크기 때문이란다.
우리도 여성 징병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잠복해있다. 병역자원 부족이 곧 현실이 된다. 한국의 적정 상비군 숫자는 최소 50만 명이다. 인구절벽이 시작된 2002년생부터는 남성이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소멸이 시작된 2017년생이 군에 입대한 2037년부터는 병사 10만명 이상이 부족해 간부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2025년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가 열리면 여성들의 병역 의무 이행 욕구도 확대될 수 있다.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찬반 논란이 첨예한 사안이다. 모병제 논란까지 덧붙이면 배가 산으로 갈 형국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병사가 없으면 전선에 구멍이 생기고, 장비는 무용지물이다. 모병제인 군간부직과 일반 경찰직이 여성에게 개방된 지 오래다. 병참운영과 첨단무기 운용은 여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성 징병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