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소장.jpg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어지럽다. 일본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여 우리나라에도 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항의 한마디 못 하고 일본이 하는 대로만 지켜보고 있으니 세상이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독립운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육사에서 옮기는 일을 공론에 부치지도 않고 한두 사람의 독단으로 결행하려고 하고 있으니 나라가 어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선제공격'이니 '힘의 평화' 등 전쟁 불사의 대북 외교를 끌고 가고 있으니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셔질 수가 있겠는가.

오늘의 정치는 이렇게 시끄럽고 어지럽게만 진행되고 있으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옛 성현의 말씀에서 나라의 난맥상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의 말씀을 들어보자.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임금 섬기는 도리를 공자에게 물었다. 옛날로야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란 3정승, 6판서에 6승지를 비롯한 고관대작이지만 지금이야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의 총리나 장차관 및 대통령실 비서관 등에 해당하는 사람인 것이다. 참으로 짧은 대답, 공자 왈 '물기야이범지(勿欺也而犯之)'라는 내용이다. '(임금님을) 속이지 말고 얼굴을 맞대고 간쟁한다'라는 뜻이다. 대단히 높은 지혜를 가르쳐 준 말이지만 말 자체가 짧으니 주해(註解)도 짧다. 주자는 '범(犯)은 얼굴을 맞대고 간쟁한다'라고 간단히 풀이했다. '논어고금주'에서 다산은 짧게 보충의견을 더했다. '실정을 숨기고 은폐하는 것을 기(欺)라 하고, (윗사람의) 위엄을 무릅쓰고 간쟁하는 것을 범(犯)이라 한다'라고 말하고는 '예기'를 인용하여 자신의 풀이가 옳음을 증명했다. '임금을 섬김에는 대면하여 간쟁을 해도 숨김이 없어야 한다'라는 것을 제시했다.  


핵오염수·홍범도 동상 등 나라 시끌
'논어' '소학'선 잘못 지적을 중요시


공자의 짧은 답변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인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임금에게 어떤 일이건 숨김없이 말할 수 있고, 부당한 처사에 잘못이라고 간(諫)하고 다투는(爭) 일이 어떻게 쉬운 일일 수 있겠는가. 임면권을 손에 쥔 임금의 뜻에 거스르는 순간 그 자리에서 그만두라고 호통을 칠, 그 앞에서 잘못을 탓하고 바르게 하라고 간쟁하기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나 하기 쉬운 일이라면 공자 같은 성인이 가르쳐 준 지혜이겠는가. 그러나 그런 어려운 일을 꺼리지 않고 감행했던 어진 신하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발전하고 인류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소신의 목을 베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은 따를 수 없습니다"라고 목숨을 걸고 간쟁하던 곧은 충신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더디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정독 교과서는 '소학(小學)'이었다. 소학의 명륜편에는 '천자에게 간쟁하는 신하 7명이 있으면 무도하더라도 천하를 잃지 않고, 제후에게 간쟁하는 신하 5명이 있으면 나라를 잃지 않으며, 대부(大夫)에게 간쟁하는 신하 3명이 있으면 무도하더라도 집안을 잃지 않으며, 사(士)에게 간쟁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름다운 이름을 잃지 않으며, 아버지에게 간쟁하는 자식이 있으면 의롭지 않은 곳에 빠지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주변에 잘못을 지적하며 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다행한 일은 없다. 주변 사람 모두가 옳게 간해주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7·5·3명의 간쟁하는 인물들이 있어야 천하와 나라, 집안과 개인도 제대로 옳은 길을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는 민주공화국서 사는데
임금의 앞에서 하라는 대로만 할건가
속임없이 간쟁하는 신하들 그리워


지금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전제 군주 시절의 그 무섭던 왕권(王權)시대에도 목숨을 건 간쟁의 신하들이 있었는데 항차 오늘의 세상, 뭐가 무섭다고 바르지 못하고 옳게 하지도 않는 임금에게 제대로 간쟁하는 신하들이 없단 말인가. 그 수많은 총리 이하 장차관들, 그 많은 비서관들은 임금 앞에서 언제까지 입을 꾹 닫고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살아갈 것인가.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압수수색과 검찰수사로만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래도 영원히 입을 다물고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과 나라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물기야이범지'. 얼굴을 정면으로 맞서고 속임 없이 간쟁하는 신하들, 그들이 그립다.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