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웨스턴 콤비가 뉴욕의 이스트사이드로 눈을 돌렸을까. 총잡이 대신 건맨, 동전 대신 지폐로 바뀌었지만 공통점은 '탐욕'이다. 영화는 1900년 유대인 이민자 갱스터 이야기인데, 서부극과 마찬가지로 돈을 위해 죽고 죽이고 속인다. 이탈리안 마피아가 아니라 유대인 갱스터라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묵은 갈등
하마스 기습 테러로 새 국면 맞아
사실 미국의 뉴욕주에는 220만명의 유대인이 산다. 뉴욕시에만 160만명(2022년)이다. 이스라엘의 양대 도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뉴욕시 인구의 18.4%를 차지하며, 절반이 브루클린에 거주한다. 뉴욕 배경 영화나 드라마에 유대인 캐릭터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다. 9·11테러 때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는 현장을 방문한 뒤 뉴욕시에 1천만달러 수표를 전달한다. 하지만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반려한다. 알 왈리드의 성명 때문이다. "테러가 왜 발생했는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깊이 반성할 때"라며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을 지적한 거다. 알 카에다가 미국이 아닌 유대인 자본의 상징을 공격했다는 일부 아랍세계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세계금융의 중심인 월가(街)의 상당수 인사도, 줄리아니도 유대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을 갈등이 하마스의 기습 테러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마스의 테러와 이를 진압하는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에 수많은 민간인이 속수무책으로 죽음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과연 75년에 걸친 영토분쟁의 귀추는 어떻게 될까. 오슬로협정대로 '팔레스타인에 땅을, 이스라엘에 평화를'이란 목표는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미국 국무장관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며 하마스를 맹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조부가 러시아에서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이며, 양아버지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일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유대인 미국서 파워 막강 긴밀하나
공존하려면 사랑과 관용 필요
분노는 악마의 에너지만 확대할 뿐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실제적인 유대인은 전 세계에 1천610만명이다. 하지만 이스라엘법상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규범적 유대인은 2천380만명이라고 한다. 유대인과 결혼해 유대교로 개종한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마릴린 먼로도 포함될까. 여하튼 이 중 51%가 미국, 30%가 이스라엘에 거주한다. 유대인에 미국은 가나안에 이어 '약속의 땅'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기후가 비슷한 캘리포니아에 123만명이 몰려 사는데, LA에 70만명(2015년)이 넘는다. 미국 50대 영화사의 제작자 감독 등 관계자 60%가 유대인이다. 아이비리그 교수진 40%가 유대인이며, 노벨상 수상자의 132명이 미국 유대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유대인 파워가 막강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맹이 아니면서 동맹보다 더 긴밀한 배경이겠다.
걱정은 유대교 경전인 토라와 바이블(구약)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질투와 분노의 하나님이고, 자신만이 선택된 민족이라 믿는다. 예수님의 사랑은 없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가르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지구촌에서 공존하려면 사랑과 관용이 필요하지 않겠나. 미국민들이 선서할 때 드는 성경은 응징의 구약과 사랑의 신약 합본이다. 악마에게 최대의 약점은 사랑이다. 분노는 악마의 암흑 에너지만 확대할 뿐이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위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