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역공동체 활동가들의 큰 잔치인 이번 행사에선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무엇이 지역에서 열정적이고 뜨겁게 일하는 공동체 활동가들을 위축하게 만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축소, 공동체 활동 거점 공간 부족, 공동체 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흡, 저출산에 따른 지방소멸, 행정조직과 공동체 중간지원 조직간 동상이몽 등. 3개월 동안 공동체 업무를 담당하면서 개인적으로 체득한 공동체 정책의 한계다.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본다. 빈부의 격차,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갈수록 흉포화되는 범죄, 나날이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의 실업,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재난 및 삶의 질 저하 등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상호부조 관계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관계망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공동체 붕괴에 따른 사회적 위기는 예고됐지만 우리 사회는 이 같은 신호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는 2015년부터 '따복'(따뜻하고 복된 마을) 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행복마을관리소 조성사업, 공동체 활동 지원사업, 공동체 거점공간 조성 지원사업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행복마을 관리소 사업은 민선 7·8기 공약사업이며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에서 배워가고 있는 우수 정책사례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역의 위기상황에서 현재의 공동체 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지역공동체 정책은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공동체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집행돼야 한다. 제한된 공유자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과 제도와 규칙을 스스로 설계하고 수정할 수 있는 공동체 구성원의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 학연, 혈연, 지연 등 배타적 공동체를 벗어나 지역 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은 지역 현실에 근거한 주민역량교육을 지원하고 지역 내 공동체, 행정과 지역 공동체의 협력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지역공동체 활동을 민관협력 거버넌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도적 정비를 통해 공동체가 행정 업무가 아닌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영화를 본 적 있다. 대규모 재난으로 삶의 터전인 아파트가 붕괴되며 아파트 주민들의 재난복구 및 자치복구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허구적 요소가 가미됐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당면하게 될 가상현실이다. 시장과 국가를 통해 충족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보육, 교육, 주거, 안전, 건강 등)를 해결해줄 지역공동체 활동은 국가와 지역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생적 공동체의 성장과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정책, 지역사회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가는 민-관 협력의 선진화된 공동체 모델은 현재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당면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외침이 귀에 아른거린다.
/김진욱 경기도 공동체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