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에는 '블랙홀 봉사단'이 있다. 동네에서 아이들을 돌봐온 사람들이 만든 봉사단체다. 지금은 돌봄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40년 가까이 수원에서 교습소를 운영 중인 블랙홀 봉사단의 신승란(68) 대표는 2017년부터는 거의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신 대표는 1984년 처음 수원에 내려와 영수교습소를 열었다. 당시 동네 할머니들은 교습소로 찾아와 반찬을 나눠줬고, 저녁까지 남아있던 아이들은 신 대표와 함께 저녁밥을 먹었다. 그는 지금까지 구운동에 남아 봉사단체를 꾸리게 된 데에도 이때의 기억이 크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꾸렸던 교습소는 '미세스키', '푸르넷(금성출판사)' 등 회사에 소속된 학원이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영어와 교수법, 칠판사용법 등을 가르쳤다.
신 대표는 수원에 사는 다른 선생님들과 스터디를 꾸리고 교재도 개발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블랙홀 봉사단의 시초"라고 그는 말했다. 당시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님들은 훗날 지역의 봉사단체를 꾸렸다.
이후 신 대표는 개인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2017년 다시 구운동으로 돌아와 작은 교습소를 차렸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입시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형편 어려운 학생 대상 교습소 운영
학교공부외 '정서교육'도 함께 지도
70여명 기부행사·음식나눔 등 활발
그는 현재 이곳에서 13명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전 과목을 가르치며 월 10만원을 받는다. 한 부모 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5만원 정도를 받기도 한다. 교습소를 거친 아이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방학이면 찾아와 교육봉사를 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공부뿐 아니라 '의견을 표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법'도 가르친다고 했다.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정에서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내뱉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잔소리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는 블랙홀 봉사단을 만들었다. 봉사를 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봉사단은 아이들 통학길의 쓰레기를 치우는 정화사업을 했다. 무단투기가 빈번한 곳에 꽃을 심고, 쓰레기봉투 속에서 영수증을 찾아내 행정복지센터에 관리를 요청했다.
또 지역 행사를 쫓아다니며 부스를 열고,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 지역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만들기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현재 70여 명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신 대표는 이제 아이들을 돌보는 게 힘에 부치지만, 교습소를 유지할 형편만 되면 10년은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동네 할머니로 남는 것이 소망"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훈기자, 목은수 수습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