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채택 기업인 해마다 늘어나
의원들 다짜고짜 호통·망신 주기
질의 과정 상대존중 자세 아쉬워
이 부분에서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언론은 이런 문제점을 집중 거론했다. 온종일 대기시킨 끝에 1~2분 답변을 듣거나, 다짜고짜 호통을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담당 분야와 무관한 질문을 던지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힘을 자랑하거나 망신을 주려는 의도가 농후한 경우도 있었다. 국정감사 시즌이면 국회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린다. 증인에서 빼달라는 로비가 주다. 증인을 빼주는 대가로 국회의원 지역구 민원을 부탁하는 물밑 거래도 심심치 않다. 의원실 보좌관들 목에 힘이 들어가는 때도 이즈음이다. 보좌관은 증인 채택 명단에 올리고, 대관업무 담당자는 이를 빼느라 곤혹을 치른다. 올해 가장 많은 기업인 증인을 채택한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원회로 30명이다. 정무위도 19명을 불렀다. 정몽규 HDC 회장은 하도급 업체 갑질, 김준기 DB하이텍 회장은 지주사 규제회피 의혹 때문이다. 정무위는 애초 5대 금융지주 회장과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총수도 부르려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열악한 근로환경과 부당한 구조조정 의혹을 들춰내고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을 규명하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만 개연성이 희박한 증인채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교육위원회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불렀는데 망신주기 증인 채택은 아닌가 싶다. 태풍 카눈 당시 사외이사(교수)들과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쳐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국정감사장에서 따질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질의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도 아쉽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과 설전을 벌여 빈축을 샀다. 당시 안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곽 회장을 '테니스계 듣보잡'이라며 비하했다. 곽 회장이 "제가 잡놈입니까"라며 발끈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민간인을 국정감사장에 부르는 건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민간에 정책자문을 구하거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공론화함으로써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한데 본래 취지를 상실한 '완장 질'이나 모욕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정시기 몰아치는 '수박 겉핥기'
'상시국감'과 효용론 검토할 때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감사 무용론이 확산되는 마당이다. 특정시기에 몰아치는 국정감사 대신 상임위를 통한 상시 국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말을 제외한 보름 남짓 동안 791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을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수박겉핥기 국감은 예정된 것으로 카메라를 의식한 한건주의가 활개 치는 배경이다. 차제에 국정감사 존폐 여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벼락치기가 아니라 평소 실력을 갈고닦는 수험생처럼 상시국감은 바람직하다. 특정한 시기를 정해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국감은 효용을 다했다. 국정감사는 권위주의 시절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때 행정부를 견제할 목적에서 도입됐다. 국격에 걸맞게 상시국감을 포함한 국정감사 효용론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