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 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각자의 답이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를 정치사 차원에서 조명한 책을 소개한다. 최근 복간된 고(故) 김일영 교수의 '건국과 부국: 이승만·박정희 시대의 재조명, 기파랑, 2023'이다. 이 책은 2004년에 처음 출판되었다. 김 교수는 2009년, 49세로 요절했다. 1960년생인 김 교수는 386세대의 맏형격이다. 그 역시 대학생 때 민주화를 갈망했을 것이다.
386세대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전두환의 광주학살'의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전두환 독재의 뿌리가 이승만, 박정희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이승만은 친일파에 기반한 독재자로, 박정희는 유신으로 국민을 억압했다고 기억한다.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북한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됐다. 심지어는 한반도의 정통성이 북한에 있다고 믿는 사람도 생겼다. 이들은 이영희의 '우상과 이성'을 비롯하여 박현채, 송건호, 백낙청 등의 평론집을 읽었다. 돌이켜보면 지식인을 자처하는 일부 사람의 평론집을 일, 이년 선배들과 함께 읽으면서 지극히 편협한 세계관을 형성한 셈이다. 전두환 독재시대의 분위기도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이들 386세대가 성장하여 사회 곳곳에 중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승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지켜내
박정희는 산업화로 한국사회 설계
두 리더십에 지금의 대한민국 존재
대부분의 사람은 대학 졸업과 함께 공부도 끝낸다. 책도 더 이상 읽지 않는다. 대학시절의 분위기와 그때 읽은 몇 권의 책으로 역사관이 형성되었다. 그 역사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더욱 굳어졌다. 정치인들도 이를 잘 알고 이용한다. 좌파는 민주화운동을 독립운동과 같은 반열에 올려서 미화한다. 이념의 세례를 받은 386세대에게 저항과 투쟁은 최고의 가치였다. 좌파 정치인은 여전히 이를 강조한다. 수세에 몰린 우파는 산업화를 내세웠다. 후진국에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건설과 생산이 중요하다. 경제가 발전해야 민주화도 가능한 법이다. 박정희 시대를 살았던 세대는 노령화되고 있다.
김일영 교수의 '건국과 부국'은 사실(事實)에 기반한다. 그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쿠데타를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유신시대의 '정치 실종'을 엄격히 비판한다. 동시에 세계사의 흐름과 남북의 대치 속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선택과 결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386세대로서 이념의 세례를 받았던 대학생이 학자의 길을 가면서 냉철한 이성으로 균형 있는 시각을 회복한 셈이다.
김일영, 살아온 역사 다름아님 강조
386세대에게 책 '건국과 부국' 강추
이승만은 '건국(建國)'대통령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냈다. 자신의 시대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가 없었다면 한반도는 공산화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잘해야 베트남 같은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박정희는 '부국(富國)' 대통령이다. 우리나라를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혁시켰다. 패배의식에 젖은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설계한 공로는 그에게 있다. 그가 없었다면 필리핀처럼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다. 후손들이 지금과 같은 삶을 누릴 수 없다. K-컬처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도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간의 갈등이 크다. 현재의 정치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과거를 유리하게 해석한다. 심지어 왜곡하기도 한다. 이제 사회의 중진이 된 386세대들은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지나온 삶을 냉정하게 성찰해야한다. 현대사는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살아온 역사에 다름이 아니라고 김일영 교수는 강조한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자식들의 숙명이다. 그래서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특히 386세대에게 김일영 교수의 '건국과 부국'을 강추한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