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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경복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10월이면 대학 캠퍼스는 어김없이 평소보다 들뜬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것이 인위적이든 자연스러운 것이든 무엇인가 설레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아마도 흔히 축제라고 불러온 학생 주도의 대형 행사가 열리는 이유가 클 것이다.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 캠퍼스에는 여럿이 어울려 뭉쳐 다닌다든가 이곳저곳 바쁘게 뛰어다니는 학생들이 유독 눈에 띄며 더 생기가 느껴진다. 축제 날에는 벌써 교문에서부터 그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오면서 이것이 젊음의 향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한다.

지금은 '축제'라는 말과 '대동제'라는 말이 혼용되어 불리는 것 같다. 한때는 대동제라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유래는 분분하지만,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대학축제는 1960년대 들어서며 그 용어가 등장했고 처음엔 '페스티벌'로 불리기도 했다. 대체로 학생들이 주도해 축제를 끌어가게 되므로 모든 행사는 학생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다소 곱지 않던 시선으로 보던 문화도 이때만큼은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통기타나 팝 등 외국 대중음악이나 문화를 즐기는 것도 축제를 타고 번져갔다. 이른바 '낭만의 축제'라는 말도 이 무렵 시작된 것으로 안다.


1960년대 문화 즐기는 '페스티벌'
1980년대 운동권 주도 '대동제'로
요즘엔 지나치게 상업화로 전락


그러던 축제가 198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며 학생회를 운동권이 주도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과거의 무국적 축제를 지양하고 우리 전통의 문화 아래 대동단결하자는 의미에서 대학축제를 대동제라 부르며 대학과 사회의 경계를 허무는 축제가 시작됐다. 과거 대학축제는 사회와 캠퍼스가 나뉘어 있었다면 이때는 사회와 캠퍼스가 하나로 합쳐지는 분위기였다. 대학생들의 사회정치 참여가 일상적이던 시절이었다. 꺾일 줄 몰랐던 대동제도 민주화가 진행되며 차츰 대학의 탈정치 움직임이 일었고 그 위세가 예전 같지 않게 됐다. 대동제의 모습은 어느 대학이든 비슷해 보였고 다소 경직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낭만과는 어딘가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된다. 2000년대 들어서며 저마다 축제의 색을 찾아갔고 이제는 오히려 비슷한 모습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사실 대학축제는 대학의 독특한 문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대학생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벤트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축제도 다양성 면에서는 나아진 면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면에선 걱정을 낳기도 한다. 대학생 고객을 겨냥한 기업 이벤트가 끼어들거나 유명 연예인 모시기 경쟁이 불붙어 공연기획사가 끼어드는 등, 이 또한 진정한 낭만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대학생만의 독특한 문화를 느끼기 쉽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나 현재나 '진정한 낭만' 의문
알바·인턴사회생활… 안쓰럽기만


과거 대학축제를 낭만이라고 불렀던 데는 낭만의 한자 어원인 '제멋대로 하다'는 뜻과 '선을 넘는다'는 의미의 이탈리아 어원인 '로망(Roman)'의 뒤섞인 뉘앙스처럼 대학축제가 그렇게 보였기 때문일 수 있다. 더욱이 여유 없이 일상에 쫓겨 살던 당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매우 독특해 보였을 수 있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진정으로 낭만이라 부를 만한 대학축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창기 대학축제의 그 낯섦과 신선함이 주는 낭만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전속력으로 내달려 다른 나라에서는 100년이 걸릴 발전을 반세기로 단축했고, 지금도 그런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그 압축된 발전 속에서 대학생조차도 그 속도에 빨려드는 듯해 안타까움을 준다. 신입생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점검받고 재학 기간 내내 이에 맞춰 짜인 계획대로 준비하다 대학생활을 마감한다. 여유가 생기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인턴생활을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문화라고 한다면 어딘가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사회생활과 별반 다를 게 무엇인가.

대학축제는 대학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작은 창이다. 창 속에 비친 그 문화가 내달릴 줄만 아는 어른들에게 잃었던 낭만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미 경복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