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표지판, 가로수 등이 시각장애인에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불법 주정차 단속 구간' 표지판에 부딪칠 뻔한 시각장애인 김환국(38)씨가 늘 생기는 일이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인천 남동구 만수동 한 상가 앞에서 김씨와 함께 약 380m 떨어진 장수초등학교까지 동행했다. 지도 앱을 확인해 보니 걸어서 6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실제로 걸어 보니 약 2배인 13분이 걸렸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의지한 김씨에겐 깨진 보도블록의 작은 틈, 가로수에 묶인 자전거, 버스정류장 기둥 등도 안전을 위협하는 걸림돌이었다.
깨진 보도블록·자전거 등 걸림돌
380m 걷는데 비장애인 2배 이상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현장 조사
관리부서 제각각 활동 결실 과제로
학교 도착 후 김씨의 보행을 도운 자원봉사자 전상철(62)씨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도블록 틈과 자전거 등을 사진으로 찍고 종이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둘은 이름하여 '우리 동네 보행환경지킴이' 활동가들이다.
전씨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인 우리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협의하며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거나 꼭 개선해야 할 부분만 보고서에 적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도 "시민들의 편의시설인 표지판,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 구조물) 등을 무작정 없앨 수는 없다"고 거들었다.
우리 동네 보행환경지킴이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올해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이 진행한 사업이다. 김씨와 전씨 등을 포함해 보행환경지킴이 8개 팀이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점검 내용은 인천시와 경찰청 등 관련 기관에 전해진다. 올해 6월엔 미추홀구 학익동 사거리, 부평구 청천동 버스정류장 등에 신호등 음향기가 설치되는 성과를 얻었다.
이런 점검 활동이 결실로 이어지려면 개선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전영훈 사회복지사는 "인도에 무분별하게 놓인 공유킥보드를 즉각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인천시청에 요청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전담 부서가 제각각 다른 점도 불편 사항이다. 신호등에 부착된 장애인 신호기는 시청에서, 신호등 자체는 경찰이 관리하고 있어 점검 사항에 따라 여러 부서에 민원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도로 위에 놓인 공유킥보드는 교통안전과, 신호등에 부착된 장애인 신호기는 교통정보운영과, 보도블록과 점자블록 파손은 도로과에서 담당한다"며 "각 시설물 관리에 대한 권한이 다르다 보니 전담 부서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이상우 수습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