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티켓은 서울시가 내년 1~5월 시범 운영하기로 한 월 6만5천원짜리 '기후동행카드'의 모델로, 국내에선 '친환경 교통혁신' 사례로 소개됐다. 파격적 혜택의 D-티켓은 베를리너 일상을 단기간에 바꿨는데, 벌써 이들은 D-티켓 이후를 얘기한다. 베를리너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중교통 비용을 파격적으로 깎아주면 시민들이 무조건 좋아하리란, 해외 모델이 무조건 선진적일 것이란 편견이 깨졌다.
기존 독일의 대중교통 정기권 가격은 주마다 70유로(약 10만원)에서 80유로(약 11만4천원) 사이였다. 베를리너들은 49유로란 D-티켓 가격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동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만큼 저렴한지 의문을 갖는다. 국가가 재정을 더 투입해 티켓을 더 싸게 만들라고 한다. 또 이들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대도시 바깥까지 잘 갖춰져 있는지, 즉 모두가 D-티켓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이어 경기도가 내년 하반기 대중교통비 환급(할인) 제도 '더(The) 경기패스' 출시를 예고했다. 거미줄처럼 짜인 수도권 대중교통 체계는 하나로 움직여야 하는데, 서울시 따로 경기도 따로 대중교통 할인제를 시행하게 된 상황이다. D-티켓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행정구역을 넘어선 광역 단위의 단일한 대중교통 체계 구축이다.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등 수도권 농어촌지역은 대중교통 자체가 부족한데, 이와 관련한 대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인천지하철 요금은 지난 7일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150원 인상됐다. 지하철로 통근·통학하는 시민이 한 달에 왕복 20회를 이용하면 6천원이 더 들게 됐는데, 여기에 서울시·경기도는 1만~2만원 정도 할인해준다는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D-티켓과 비교하면, 기후동행카드·더경기패스는 '기후'가 빠졌다. 자가용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입하기 위해선 더 낮은 요금이 필요하다는 게 수도권 3개 시도가 D-티켓 사례에서 배워야 할 핵심 과제다. 경쟁하듯 성급하게 대중교통 정기권·환급제를 내놓을 게 아니라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