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며 수십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 집행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아침에 보증금을 떼인 1천여 피해 가구에 신속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천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며 지난 5월 편성한 추가경정예산 63억원 중 지난 4일까지 집행된 예산은 5천556만원에 그쳐 집행률이 0.88%에 불과했다.
긴급 주거지원을 신청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피해 세대에 이사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5천223만원,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에 293만원, 청년 월세 지원에 40만원을 집행했다.
인천시, 예산 0.88% 사용에 그쳐
버팀목 대출만 대상… 신청 적어
앞서 인천시는 지난 4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4월20일자 1면 보도="소잃고 외양간 고칠라" 전세사기 대책 속도감있게 추진을)하고, 추경예산 편성을 거쳐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인천시는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 사업에 38억5천만원, 월세 한시 지원·긴급지원주택 입주자 이사비 지원에 24억5천만원 등을 편성했다. 지원 예산 신청 건수는 전체 65건으로, 지난 9일 기준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인천시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1천540가구 중 4.2%에 불과했다.
대출 이자 지원사업 신청자가 적은 이유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의 소득 기준이 꼽힌다. 전세사기 피해자용 버팀목 대출 이자 지원 대상은 부부 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가 기준이었다.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자용 버팀목 대출에 한해 이자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신청자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월세 한시 지원·긴급지원주택 입주자 이사비 지원 역시 지난 6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직후 피해자들이 경·공매와 우선매수권 등의 정책을 활용하면서 지원금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었다는 게 인천시 해명이다.
용혜인 의원은 "대출 이자 지원의 경우 인천시 재정 투입 사업이므로 인천시 금고은행과 협약 등을 거쳐 소득 기준을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천시가 중앙정부 기준(부부 소득합산 7천만원 이하)에 맞춰 지원 요건을 좁힌 건 지원 의지 부족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는 올해 미집행된 지원 예산을 이월하지 않고 불용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올해 미집행 예산을 불용 처리한다는 건 내년에 관련 예산이 편성될지, 얼마나 편성될지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부부 소득 합산 기준을 1억3천만원까지 올리기로 발표했으므로 대출 이자 지원 신청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에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예산을 편성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6면(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