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10월18일 2면 보도=[경기도 국감] 피해자 400명 수원 전세사기… "경기도 대책은 반쪽짜리 뿐")하는 가운데 이들이 세입자들에게 부채 규모를 축소해 알릴 수 있었던 배경에 은행권 대출 절차의 허점을 노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실한 대출 절차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씨 일가족은 세입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건물을 두고 여러 은행의 담보 대출을 받는 이른바 '쪼개기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동담보로 대출을 쪼개 받을 경우 세입자들의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규모가 전체 규모보다 적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건물 호실별 다른 은행서 대출
세입자들 전체 융자 확인 불가
은행 "으레 있는 일… 문제없다"
정씨 소유 권선구 오피스텔 세입자 A(20대·여)씨는 "40세대 규모의 건물에 38억여 원 근저당이면 많은 게 아니다는 소개를 듣고 계약했지만, 정씨가 잠적한 뒤에서야 건물 전체에 잡힌 총액이 78억여원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수원뿐만 아니라 화성 등 다른 지역 피해자들도 정씨 일가 건물들이 세대별로 각기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손쉽게 공동담보 대출을 지급하는 방식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기 수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음에도 현행법상 한 건물에 공동담보를 설정하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경찰 압수수색 절차에 동행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던 정씨는 사기 의도로 쪼개기 대출을 받은 것 아니냐는 세입자들의 의혹에 대해 "은행이 안내하는 방법대로 근저당을 설정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은행권과 결탁해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나, 은행권 역시 대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씨 소유 건물에 공동담보로 대출을 제공한 제2금융권 은행 관계자는 "건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으레 있고, 이 중 한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있으니 건물을 일부 나눠 대출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서 "대출 승인 당시에도 다른 호실의 공동담보 대출 상황도 알고 있었으나, 정당한 감정 평가를 통해 적정 대출금액을 설정해 승인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세입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대출금액이 적어 보이게 한 것은 제도의 허점을 노린 편법 행위로 보일 수 있다"며 "등본에 의무적으로 해당 건물에 대한 전체 대출금액이 보일 수 있게 해 임차인들의 전세사기 위험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에 접수된 정씨 일가족에 대한 고소장은 전날 148건에서 이날 오전까지 207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피해 추정액만 310억원으로 하루만에 100억여원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김산기자, 김지원 수습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