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타계한 미국 사업가 찰스 척 피니의 기부 일화는 '부자의 품격'으로 오래오래 회자될 것이다. 아일랜드계 노동자의 아들인 척 피니는 1960년 시작한 면세점 사업으로 거부가 됐지만, 돈만 아는 구두쇠로 조롱받았다. 사업 정리 과정에서 법정공방에 휘말리고 회계장부가 공개되면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세상 몰래 40억 달러를 기부한 슈퍼 산타로 밝혀지자 그를 조롱했던 재계와 언론은 부끄러워하며 진정한 기부 영웅으로 그를 추앙했다. 전 재산을 세상에 기부한 그가 평화롭게 눈을 감은 곳이 임대아파트였다.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61세대가 벤츠·페라리·마세라티 등 고가의 외제차량을 보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감 단골 메뉴다. 지난해에도 부산과 용인 공공임대주택에 등록된 포르쉐와 벤츠가 도마에 올랐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한다. 당연히 내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 받아야 할 혜택이다. 자산기준으로 입주민을 선정하는 이유다. 토지·건물 자산은 2억1천500만원 이하, 소유차량은 3천680만원 이하다. 벤츠, 페라리를 타면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의 몫을 탐하면 공공(公共)의 정의(正義)가 망가진다. 조민의 입시비리와 장학금은 누군가의 몫을 가로챈 탓에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고, 아버지 조국의 '가붕개'는 위선이 됐다. 공공임대주택은 가난한 서민들에게 내집 같은 집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재다. 입주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벤츠와 페라리와 포르쉐가 공공임대주택 주차장을 드나든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학수고대하는 서민들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가슴에서 천불이 치솟을 테다. 이렇게 작은 분노가 모이고 쌓이면 공동체는 무너진다.
척 피니는 "그 누구도 한꺼번에 두 켤레의 신발을 신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정도 인격을 모두에게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엔 척 피니 보다 가난마저 약탈하는 부자들이 넘쳐난다. 신발 두 켤레를 신으려는 추악한 사람들이다. 공공의 정의를 수호할 공공기관이 제대로 작동해야 막을 수 있다. 해마다 공공임대주택 불법 입주 문제가 반복되는 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망가졌다는 증거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