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한 다이소 화장품 매대가 텅 비어 있다. 2023.10.21 /윤혜경기자hyegyung@kyeongin.com
"섀딩 사러 왔는데, 다 나가고 없어서 다른 다이소 가려고요"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MZ세대와 잘파세대(Z+알파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뷰티 로드숍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한때 국내 뷰티 시장 성장을 견인했던 화장품 로드샵들이 자취를 감추는 상황 속, 다이소는 5천원 이하의 '가성비' 화장품을 선보이면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도 롭스와 랄라블라가 철수하면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진 가운데, 다이소가 화장품 제조사들의 새로운 유통창구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가장 저렴한 것은 500원부터 8월까지 매출 전년비 160%↑ 제조사 새로운 유통창구 될까
24일 오후 3시 무렵 찾은 수원시내 한 다이소 매장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쇼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1층에 자리한 화장품 코너가 관심을 받았다. 이전과 달리 판매 품목이 비교적 다양해져서다.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식물원'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19개 브랜드의 화장품이 입점했다. 최근에는 탈모 증상 완화 효과를 앞세운 알지쓰리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화장품을 둘러보던 20대 A씨는 "얼굴에 음영을 주는 메이크업을 하는 걸 즐겨서, TAG(태그) 섀딩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데 품절됐는지 재고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태그는 '아트 클래스 바리오댕 쉐딩' 등 색조 제품으로 유명한 투쿨포스쿨의 브랜드다. 어퓨 화장품도 다이소 매대를 채우고 있었다.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 중 하나인 어퓨는 다이소에 폼클렌징, 토너, 보습크림 등 기초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10대 B양은 "피부가 진정되는 화장품 위주로 찾아보고 있었다"고 했다.
기존 '식물원' 브랜드 제품 등의 인기도 꾸준했다. 마스크팩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 C(30대)씨는 "얼굴에 직접 맞닿는 제품의 특성상 마스크팩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식물원이 특히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가격도 저렴해서 보이면 쓸어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이소 화장품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유명 화장품 전문 제조 업체에 의뢰해 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은 화장품에도 적용됐다. 가장 저렴한 것은 500원, 가장 비싼 것은 5천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누계 매출이 전년 대비 160% 늘었다는 게 다이소의 설명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는 유통만 맡는다"며 "1+1 행사 등 협력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지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