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매각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화물 매각이 이뤄지면 EU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실패하면 합병이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 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EU경쟁당국은 두 회사가 합병했을 때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화물노선에서 경쟁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라는 시정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이사회서 결정 통합 무산땐 독자 생존 가망 희박
EU 경쟁 우려 불식 승인 가능성 제고 日·美심사도 영향
항공 화물 시장은 팬데믹 기간에 항공사의 주요 수익원이었다. 대한항공이 여객 수요가 급감한 시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화물 부문에서 선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 부문 덕에 팬데믹 기간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부문 매출은 전체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반면 화물 부문 사업을 진행하지 않던 저비용항공사(LCC) 등은 팬데믹 기간에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EU 경쟁당국의 요구대로 화물 부문을 매각할 경우 합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전 사장단 등이 화물 부문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조는 화물 부문이 매각되면 직원 고용 등이 불안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도 통합을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 등이 자유로워지면서 화물 사업 부문 비중은 줄어들었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 치솟았던 항공화물 운임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세계 경기 악화 등으로 항공 화물 수요가 늘었다. 여객기가 운항을 늘리면서 화물운송 공급이 늘었다는 점도 화물 부문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출은 전체 20~3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한항공 외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아시아나항공에 이미 3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기 때문에 인수할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도 열악하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지급한 이자비용만 3천819억원이다.
화물사업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영업이익이 7천416억원이었는데, 이 중 60%를 이자로 쓴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30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과에 항공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안이 통과되면, 이사회 내용을 EU경쟁당국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일본과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EU가 통합의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년간 준비한 두 기업 통합이 이번 이사회에서 사실상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매각이 승인되면 통합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