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 인천에서 거래된 최고가 아파트 상위 10곳 중 4곳은 외국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지역 아파트 최고가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 사이 인천에서 거래(분양가 포함)된 최고가 아파트 상위 10곳 중 4곳은 외국인이 사거나 분양받은 아파트로 나타났다.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2차' 41억 등
3분기 인천집합건물 구매 증가
환율 지속상승해 '환차익' 노린듯
집값 내려도 투자에 유리한 입장
4곳 모두 이른바 '펜트하우스(고층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최고급 주거 공간)'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더샵센트럴파크 2차'(전용면적 291㎡)가 올해 2월 41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나머지 3곳은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송도 아메리칸타운 더샵 공동주택'이 차지했다. 송도 아메리칸 타운 더샵은 외국인주택단지에 해당해 외국인 또는 해외 영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적자만 분양받을 수 있다. 입주자 모집 공고 후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지만, 마찬가지로 외국인이나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만 분양권을 살 수 있어 내국인의 거래가 제한되는 단지다.
송도 아메리칸 타운 더샵에서는 전용면적 244.5㎡가 지난해 4월 38억1천900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됐는데, 최초 분양가(37억1천900만원)보다 1억원 비싸게 팔렸다. 나머지 2곳(전용면적 232.6㎡)도 35억7천만원과 34억7천300만원에 각각 거래돼 분양가보다 높은 금액에 팔렸다.
외국인들의 인천지역 주택 구매는 부동산 과열기였던 2020~2021년뿐 아니라 침체기인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내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인천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사들인 외국인은 581명으로 집계돼 지난 1분기(394명)보다 늘었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달러를 현금으로 보유한 외국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달러당 1천250원을 밑돌았지만, 4월에는 1천300원대를 넘겼고 지난달에는 1천364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고, 동시에 환율이 오르면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외국인이 매매가 20억원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할 때 달러당 환율이 1천250원이면 1천600만달러를 투자해야 하는 반면 1천350원일 경우에는 1천480만달러에 살 수 있어 이익을 보는 셈이다.
송도국제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달러가치가 높아지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낮은 가격에 최고급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며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이지만, 집값이 내려가더라도 환차익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