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는 1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사무직으로 이직했다. 더이상 교사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담임 교사 한 명으로는 아무리 애써도, 스무명이 넘는 유아로 복작이는 작은 교실의 여러 안전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도 유아교육을 서비스로 인식하는 각각의 학부모를 만족시킬 수도 없었다. 애정을 갖고 유아를 지도했음에도 민원으로 아동학대가 제기된 선배교사가 겪는 고초도 지켜봤다. 스무명이 넘는 유아의 식사 지도로 정작 교사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취업한 다른 동기와 마찬기지로 소화불량은 만성이 됐다. 교실을 대신 맡아 줄 교사가 부재한 상황에서 검진을 받거나 쉬기 위해 병가를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누적된 피로로 이직하기 전까지 6개월의 시간을 온전히 쉰 뒤에야 서서히 회복되었다고도 했다.
어린이집, 교육부 소속 아닌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 제외 부당
유아교육과에 오는 학생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 역시 유아교육에 대한 남다른 포부를 지니고 공부했으나, 그녀에게 1년의 교사 경험은 교직을 버릴 이유가 됐다.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다 해도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유치원의 특성상 일 꼬박 9시간30분을 근무해야 했다. 주당 40시간, 일 8시간 노동 환경은 유아 교사에게는 언감생심이라는 것, 교직임에도 국공립 유치원이나 초중고와는 달리 사립유치원은 사실상 노동법 경계 밖에 존재함도 알았다. 선배들이 왜 그렇게 국공립 유치원 임용고시에 열심이었는지, 그렇다 할지라도 초중고와 달리 유치원의 노동 환경은 공·사립 사이의 차별이 왜 이리 명확한 것인지 답답하다 못해 분노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초중고 학교급이나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교사단체도 부재했으니, 열악한 상황이 지속됐음에도 어려운 노동환경에 목소리를 내고 이슈화할 힘이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에게는 없었다고도 했다. 어린이집도 상황은 다르지 않기에 그녀는 어린이집으로의 이직은 생각지도 않고 유아교육계를 떠났다.
유보통합은 노동시간 및 급여 등의 근무조건, 휴가 및 병가 사용 등의 복리후생, 연수지원 등의 역량강화 등 초중고와 유아교육뿐 아니라 유아교육 내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간 지나치게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고 우수한 교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건강과 여가를 유지하며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말, 어린이집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대상이 아니라 유보통합을 반대한다는 말은 지극히 이기적인 기득권의 논리다. '사람'을 교육하는 선생으로, 유아교육현장을 먼저 다녀간 선배로 우린 제자나 후배교사들이 좀 더 안정된 노동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누군가 부족하다면 그들이 채워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0~5세, 교육부로 유보통합 안착하길
근무조건 등 공·사립 격차 해소돼야
영유아교육 질적 개선 간절히 희망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도 지방교육세, 담배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 지역과 국가에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납세자다. 어린이집은 0~5세를 위한 생애 첫 교육기관임에도 지금껏 교육부 소속이 아니란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부당함을 겪어 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어린이집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0~5세 차별없는 교육을 위한 지원의 정상화이고 이 나라 0~5세의 당연한 권리다. 조속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0~5세 교육부로의 유보통합, 학교로서의 영유아교육이 안착하길 납세자로 바란다. 교사 대 아동비율 감축, 1교실 2교사제, 안정적 특수교사 배치, 행정직원 배치, 양육중심 노동환경 구축을 통한 일 8시간 미만의 교육과정 및 방과후교육과정 운영,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안착 등 통합된 학교 시스템에서 0~5세 교육자들이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낼 수 있길 교육자로 또한 간절히 희망한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