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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화계는 초토가 됐다. 그해 1월 현직 검사 서지현이 검찰 내부의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면서 불붙은 미투운동이 문화계로 번진 탓이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의 'En 선생'으로 지목된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꿈꾸던 광교 집필실을 떠나야 했다. 연극계의 이윤택과 오태석, 영화계의 김기덕과 조재현 등 그 세계에서 내로라했던 거물과 스타들이 추락했다.

미투에 이어 문화계에 마약 폭탄이 터졌다. 지난 19일 배우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데 이어, 같은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23일 피의자로 전환됐다. 2022년 체포된 음악 프로듀서 돈 스파이크는 지난 9월 징역 2년 형이 확정됐다.

편견일 수 있지만 문화계에서도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마약의 유혹에 취약한 듯싶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약물 중독 사건 사고는 일상이다. 돌이켜보면 70, 80년대 대마초 사건으로 연예계가 발칵 뒤집어진 이래로 대중스타들의 마약 중독은 간헐적이지만 끈질기게 이어졌다.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중적 이미지와 자아 사이의 간격에서 오는 정서적 불안, 거품 같은 인기에 대한 강박을 잊으려 마약에 손댔다고 고백했다. 인간적인 이해의 여지는 있지만, 용서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대중은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스타는 이를 감당해야 할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팬들이 이선균에 놀라고 배신감을 느끼는 건, 그의 반듯한 이미지 때문이다. 악역이 떠오르지 않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그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결정적으로 각인시켰다. 소심한 직장인 아저씨와 세상에 상처받은 젊은 여성이 서로 치유하는 서사에 대중들은 감동하며 조용히 열광했다. 각박한 삶에서 수많은 '지안'이가 '동훈' 아저씨 같은 사람 한번 만나 보길 바랐을 것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마약 파티를 즐기는 재벌2세를 연기한 유아인에게 '생활 연기'라 조롱했던 대중이 이선균에겐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다.

대놓고 '창작의 영감'을 강조한 액상 대마 명함광고가 홍익대 미대 건물과 건국대 예술문화관에 살포됐다고 한다. 마약이 음지를 벗어나 양지를 지향한다. 마약에 취약한 대중문화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돈 스파이크, 유아인, 이선균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대중스타들의 마약 중독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릴까 걱정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