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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규 이학박사
202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발표한 '2022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는 장애인, 저소득층, 고령층, 농어민을 대상으로 디지털정보화에 대한 접근, 역량, 활용 수준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다른 계층보다도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수준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전의 2020년 조사에서 정보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72.7점으로 나타나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런 격차는 더 큰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됐다.

디지털 격차란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데 있어 계층 간의 간극을 의미한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디지털 분야에서만의 차이를 기술적으로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일상생활, 금융정보 활용, 복지 혜택, 여가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기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접근성에 있어서 다른 연령층과 큰 차이가 없으나, 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즉, 기기를 소유한다는 것이 곧 활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OECD 조사에서 한국의 인터넷 접근성은 지속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가정 내 인터넷 보급률이 99% 이상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령층 소유·접근성 큰 차 없으나
매우 낮은 수준의 활용도에 주목
유아 2명중 1명 24개월전 처음 접해


더 구체적인 예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활용하는 키오스크의 경우 고령층이 활용하기에는 글씨 크기가 너무 작으며, 터치 반응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점이 유사하게 나타나 다른 기능은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전화와 문자 정도만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그렇다면 고령층에게 이런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고령층에게 일상생활의 디지털 활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답변 중에는 '모르겠다'란 대답이 다수였다. 이는 어르신들이 실제로 자신이 무엇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이런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방안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령층의 1인 가정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빈곤의 어려움까지 겹쳐질 때 이런 디지털 격차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에 처해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유아의 스마트폰 과의존 이용 위험군의 비율은 2019년 22.9%에서 2021년에는 28.4%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자료 및 콘텐츠 개발' 보고서에 의하면 5세에서 7세 유아 2명 중 1명꼴로 24개월 이전에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했고, 10명 중 1명 이상은 돌 이전에 이미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세대간 자기결정권 급속하게 잃어
'어떻게 가고 있는지' 고민 할 시점

이런 결과를 종합해보면, 생애 전체 주기로 봤을 때 양극단에 있는 영유아와 고령층 집단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디지털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디지털 홍수 속에서 각자의 능력과 윤리에 맞는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절의 능력이 있으나 방법을 알지 못하는 고령층과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방법을 알고 있는 영유아의 동상이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모두 디지털의 격차 속에서 자기결정권을 급속하게 잃어가고 있다.

국외에서는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직업훈련, 시민교육, 지역사회 봉사단, 캠페인 등을 통해 디지털 기술 포용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또 디지털 기술 포용 정책의 근본이 맞춤형 교육이란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디지털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연령이나 소득에 의한 차별이 디지털 영역에서까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최근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나 스마트 워크 등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관련 정책을 보고 있으면 적어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명확한데 그만큼 어떻게 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정명규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