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부천시 마을버스 업계의 하소연이다. 반 평생을 '시민의 발'로 지역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만, 깊어진 시름만큼 불어난 빚더미에 지금은 밤잠까지 설칠 지경이라고 한다.
마을버스 업계의 위기는 '기울어진 생태계'에서 비롯됐다.
부천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타 지자체 등 목적지로 이동하는 시민의 경우, 대다수가 마을버스→시내버스, 마을버스→전철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전철의 요금은 각각 다르다. 부천시의 마을버스 기본요금(성인·교통카드 기준)이 1천300원인 반면, 경기도 시내버스는 1천450원, 수도권 전철은 1천400원이다.
이 가운데 운송업체들은 수도권통합환승할인요금제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 비례정산 배분 방식이 적용된다. 말 그대로 요금을 지불한 시민이 이동한 거리만큼 나눠 갖는 구조다. 여기에서 가장 불리한 업체는 마을버스다. 기본요금이 가장 낮아서다.
한 시민이 총 이동거리 2㎞를 각각 시내버스로 1㎞, 마을버스로 1㎞를 이동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평소대로 요금 1천450원을 지불한다. 요금 체계상 승객의 추가 부담은 없다. 그러나 버스업계에선 기본요금이 더 비싼 시내버스가 마을버스에 비해 많은 이익을 취한다. 마을버스보다 기본요금이 높은 전철도 예외는 아니다. 전철은 지난 7일 150원을 인상한데 이어 내년에도 150원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익 배분에 있어 마을버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마을버스 요금을 시내버스나 전철만큼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하게 된다. 마을버스 요금 인상은 지자체의 몫이다. 부천시는 2019년 11월 마을버스 요금을 1천300원으로 인상한 이후 4년간 요금을 동결 중이다. 당시 인근 지역 마을버스 요금은 1천350원으로 인상됐다. 지역 마을버스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게 이때부터다. 다른 지역의 운수업체에 비해 같은 인원을 수송해도 운송수입이 적어 재정난이 닥쳐올 게 뻔해서다. 금융권 대출과 사채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업계는 임금 등 운전기사의 처우개선에서 뒤졌고, 운전기사의 이탈은 차고지에 방치된 차량 수만 늘리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이어졌다. 마을버스는 이용객 감소는 물론 경유 가격 및 인건비 상승, 차량 구입비 증가 등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이 때문에 한 업체는 장기 휴업에 들어가는 등 폐업 위기까지 맞고 있다.
이들의 불만이 지자체를 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업계는 최근 고양시, 안양시 등 일부 지자체가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발 빠르게 요금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유독 부천시는 수개월째 인근 지자체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들의 요구는 명료하다. 마을버스가 근간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가 생태계를 조성해달라는 것이다.
이제 지역 마을버스 업체는 사실상 5곳에서 4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올해가 지나면 생존 업체가 3곳이 될지, 2곳이 될지도 알 수 없다. 해법을 구한다. 이들이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소를 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양간을 고쳐 지금의 소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 부디, 격언대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진 않길 바란다.
/김연태 지역사회부(부천)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