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4명이 24일 목선을 타고 동해로 탈북했다.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탈북 과정은 순탄했다. 이날 새벽 남하하는 목선을 포착해 추적 중이던 군 당국은 조업 중에 이들을 발견한 우리 어민의 신고로 손쉽게 나포했다. 북한 남성이 우리 어민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여기가 어디냐"였다. "강원도 속초"라는 대답에 줄을 던져 배를 붙인 뒤 우리 어선에 올랐다고 한다.
이들의 평화로운 탈북 소식이 4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장면을 상기시킨다. 2019년 11월 17일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5일 전 동해에서 나포된 뒤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군사분계선에서 안대가 벗겨진 탈북민들은 선을 넘지 않으려 결사적으로 몸부림쳤다.
문재인 정부는 이틀 조사로 그들을 선상 반란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단정하는 신통력을 발휘했다. 선상 반란의 증거인 목선은 소독해 북한에 반납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인권유린에 세계가 경악했다. 남·북·미 데탕트에 목을 맨 정권이 외교적 골칫거리가 될까 봐 인권을 뒤로뒤로 미뤘다는 분석이 대세였다. 북한 주민의 해상 귀순이 뚝 끊겼다. 탈북 귀순자 숫자도 급감했다. 강제북송사건은 북한 주민에게 대한민국 문이 닫혔다는 사인이었다.
지난 9일 탈북민 600여명을 북한에 강제 추방한 중국이 2차 추방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국내 탈북인 단체와 국제사회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외교적 수사에 머문다. 탈북어민 강제북송을 비판하고 관계자들을 고발한 정권이, 중국의 탈북민 대량 북송에 미온적이다. 한반도 정세 탓일 테다. 북-러 밀착에 놀란 중국은 탈북민을 대북 선물로 이용하고, 중국을 한반도 신냉전 구조에서 열외시키려는 한국은 적극적인 의사 표명을 자제한다.
이제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대한민국 정권과 한반도 정세까지 살펴야 할 실정이다. 정권 따라 흔들리고 정세 따라 돌변하는 인권의 시계추에 탈북민들의 생사가 오락가락한다. 강제북송 사건 이후 4년 만에 해상 귀순한 탈북 주민은 "배가 고파서 살려고 왔다"고 했단다. 살기 위해 대한민국에 밧줄을 던지려는 북한 주민이 이들뿐이겠는가. 탈북민과 북한동포 인권은 정권과 정세를 초월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