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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 와인이 별건가?┃오세호 지음. 책담 펴냄. 212쪽. 1만8천원


와인이 별건가
"이 와인은 신대륙에서 재배된 포도인데 '페트롤'이 초반에 느껴지나 '구조감'이 좋고 '미네랄리티'도 은근하게 드러나죠."  

식당 주인의 열띤 설명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대충 미소 지어 보였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알쏭달쏭한 용어에 위축되고 말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긴장감을 안고 첫 모금을 마셨다. 맛있었다. "이게 '구조감'이라는 걸까?"  

아는 게 많으면 먹는 즐거움도 배가 되는 시대. 와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기후, 토양, 재배방식에 따라 맛은 오만가지로 나뉜다. 여러 맛 중에 '고유의 맛'을 뽐내는 와인을 찾아내고, 그 기쁨을 만끽하는 게 와인의 매력일 것이다. 하지만 배워야 할 것도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와인을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다.  

 

한국 1세대 소믈리에 오세호
배우려 하지말고 '즐거움' 강조
이탈리아 음식 등 이야기 풀어

신간 '와인이 별건가?'는 '공부'보다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와인 에세이다. 저자 오세호는 한국의 1세대 소믈리에로, 이탈리아의 와인 거장들을 사사했던 자신의 와인 노하우를 전한다. 그는 "머리 아픈 와인 이름 외우기, 지역, 품종, 맛 표현…. 모두 생각하지 말고 일단 즐기기만 해보자"라며 "단지 실수하는 게 두려워 어설프게 글로 공부한 뒤 와인을 마시는 모습만큼 어색한 게 없다"고 강조한다.  

책은 에세이라는 형식답게 저자의 경험에 얽힌 와인 에피소드와 와인 즐기는 방법을 가볍게 풀어나간다. 와인 테이스팅의 오해, 개성 강한 '내추럴 와인', 와인에 대한 환상, 와인과 이탈리아 음식 등 여러 이야기를 펼쳐낸다. 목차를 따라 찬찬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와인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입안에는 침이 고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