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달리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로 머물러온 가천대와 인하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인천 지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바꾸는 출발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인천의 필수의료 생태계가 붕괴하는 위기 속 첫 단추는 부족한 지역 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치료가능사망률·의사수·의대정원
경실련, 전남·전북과 함께 최하위권
도서지역 적정 공공의료도 부족
복지부, 교육부와 협업 종합 검토
■ 의료 취약지 인천
인천은 '의료 취약지'로 불린다. 의료자원 자체가 부족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도 많다. 공공병원도 부족하다.
올해 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역 의료 격차 실태를 발표하며 인천을 비롯한 전남과 전북을 의료 취약지로 꼽았다. '치료 가능 사망률'과 인구수 대비 의사 수, 공공병원 설치율 등 모든 지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 10만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 전국 평균은 43.8%다. 인천은 48.58%로 충북(50.56%) 다음으로 높았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1.77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고, 인구 만명당 의대 정원도 0.3명으로 최하위권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인천을 비롯한 전남·전북에 대해 "3개 지표가 모두 전국 평균 이하인 최악의 의료취약지"라며 "3개 시도 모두 도서 산간지역이 있는 곳이나 국립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없어 적정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 열악한 의료 현실 개선 첫 단추는 '인력'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충분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취약한 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기회에 가천대와 인하대 의대 정원을 우선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의사 수, 병상 수 등 부족한 지역 의료 역량이 커지는 부수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특히 가천대 길병원 공공의료본부를 두고 있으며,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12개 정부 지정 센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혁신전략과 관련해 인천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정책패키지'도 '인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 외에도 의사들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의료사고 부담 완화, 고난도·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 확대,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 남은 절차는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교육부와 협업해 각 의과대학의 증원 수요를 조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합동으로 각 대학의 교원과 시설 등 현재 교육 역량과 향후 투자계획 등을 조사하고, 각 대학은 내부 협의를 통해 증원 수요를 작성·회신하는 절차다.
이후 의학교육점검반은 이렇게 각 대학에서 제출한 증원 수요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점검반의 결과 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학 정원이 결정된다. 의료현안합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과의 논의를 통해 의료계와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