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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前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
한국근대문학관에 경사가 났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7일 상설전시 인천전시실을 개관했다. 주제는 '인천의 근대문학을 읽는다'로, 한국근대문학관이 위치한 인천 근대문학이 핵심 콘텐츠다. 10년 만에 상설전시실을 확장 개편한 것으로, 한국근대문학관이 인천 유일 문학관인 만큼 그 의미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인천은 한국의 근대가 시작된 곳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수많은 근대 문물과 문화, 제도가 인천을 통해 집중적으로 수입되어 우리나라 전체로 펴져 나갔다. 우리나라 근대 문학에 있어서도 인천은 '한국문학의 산실(産室)'로 불리며 수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자라난 토양이었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알리고 기념하는 공간인 한국근대문학관은 과거 인천의 개항장이자 원도심이었던 곳에 이와 같은 인천이라는 지역의 문학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개관했다. 하지만 문학관의 핵심인 상설전이 '한국 근대문학'에 비해 인천 근대문학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번 확장 개편을 통해 이러한 점이 일거에 해소된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전시는 크게 우리나라의 근대문학 속에 형상화된 근대 개항도시 인천을 근대 시와 소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1부와 2부, 인천이 배출한 근대 문인들을 다룬 3부, 근대 시기 인천에서 발행된 문예지를 소개하는 특별코너로 나누어져 있다.

근대 시인들에게 인천은 근대의 문물과 풍경을 노래하고 바다의 낭만을 꿈꾸는 곳이었고, 소설가들은 인천을 외국인들이 북적대는 국제도시로서 기회의 땅이자 일확천금의 도시로서 그리고 전국 최고의 휴식과 여가지로 그려냈다.

함세덕과 진우촌, 김동석, 배인철, 현덕 등 인천 출신 근대문인들도 그들의 대표작이 학적부나 호적과 같은 개인 자료와 함께 소개되어 그들의 작품 세계는 물론 '근대 인천인(仁川人)'으로서의 개인적 면모까지 아울러 알 수 있다.

상설전 인천전시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징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관람객이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1층 인천전시실에서는 인천이 형상화된 근대소설을 일러스트 만화로 읽을 수도 있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전화통화를 해볼 수도 있다. 2층 인천근대문학살롱에서는 인천 근대문학 전반을 주제로 한 추억의 '인천근대문학오락실-갤러그 게임'과 '100문 100답 퀴즈' 등 옛것과 현재 트렌드를 적절히 섞은 체험 장치들이 있다. 이들 장치는 전시실 속에 해답과 단서가 있어 전시를 꼼꼼히 보게 되는 유인력으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천 근대문학에 대한 공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두루 만족시킨다.

현재 130여 곳의 문학관이 존재한다고 한다. 매년 2~3개의 문학관이 새로 개관한다. 문학관은 어떤 곳이며, 무엇을 하는 곳일까? 설립 및 운영주체, 운영 재원, 문학관의 입지 등으로 인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다루는 대상이나 문학관이 위치한 곳의 문학을 핵심 콘텐츠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은 읽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먹게 할 수는 없다. 이는 문학관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한국 근대문학과 인천 문학을 핵심 콘텐츠로 그 매력을 발신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매력은 읽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고, 이렇게 되었을 때 문학관의 역할이 완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천 근대문학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 속에는 인천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한국 근대사가 함축되어 있다. 여기에 재미는 덤이다. 이번에 확장 개편된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전시는 이러한 인천 근대문학의 매력을 함빡 느끼고 체험하고 담아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많은 시민이 문학관을 방문해 인천 근대문학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이것이 인천 근대문학에 대한 독서로 이어져 인천 근대문학이 가진 매력을 오롯이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이연서 前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