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구월동농산물도매시장 옛부지
2013년 롯데 쇼핑이구월동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매입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개발이 되지 않았다. 사진은 인천구월동농산물도매시장 옛부지. /경인일보DB

10년 뒤에나 완공될까요?
우리도 기대 안 해요
'인천판 롯폰기 힐스'를 만들겠다며 롯데가 지난 2014년부터 추진 중인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 복합개발사업'이 또 지연될 전망이다.

최근 찾은 구월농산물시장 건물은 외곽 2m 높이의 펜스로 외부와 단절된 '흉물'이었다. 시장 건물 뒤편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지었고, 펜스를 따라 군데군데 생활폐기물과 중장비 부품들이 널브러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롯데, 부지 구매 후 복합개발 계획
설계변경 등 지연에 10여년 흉물로
스트리트몰 뺀 '주택 건설' 승인에도
"불황·고금리로 내년초 착공 힘들다"

구월농산물시장 출입구에는 '롯데건설 관계자 외 출입·주차금지' 안내문이 붙어있고, 안쪽은 일부 차량만 주차된 채 적막감이 가득했다. 현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월농산물시장 복합개발사업에 대한) 허가는 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공사는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다.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기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구월농산물시장이 들어선 이후 20년 가까이 식자재 도매업을 했다는 50대 상인 A씨는 "롯데가 저 땅을 살 때만 해도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홍보해 기대가 컸지만 벌써 10년이 다 돼 간다"며 "내년에는 정말 착공한다는데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방기구를 판매하는 상인 B씨는 "그동안 지켜본 경험으로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나 완공되면 다행"이라며 "아파트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많이 늘어나 상권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겠나. 인천의 핵심 노른자위 땅을 저렇게 놔두니 아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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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2013년 1월 10일 1면 지면. /경인일보 아카이브

 

 

롯데쇼핑은 2013년 1월 인천종합터미널과 롯데백화점 인천점(옛 신세계백화점) 땅 7만8천여㎡를 인천시로부터 9천억원에 사들였다. 이듬해 3월에는 롯데쇼핑 자회사 '롯데인천타운'이 바로 옆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5만8천660여㎡를 3천60억원에 추가로 샀다.

당시 롯데쇼핑은 구월농산물시장 이전이 끝나는 2018년부터 3만3천㎡ 규모의 스트리트몰(가로형 상업시설)과 2천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복합개발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설계 변경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2017년까지 인천종합터미널에 대규모 복합쇼핑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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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인천터미널 복합단지 조감도.
 

롯데는 2021년 2월에서야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애초 스트리트몰 계획은 쏙 뺀 채 아파트(1천가구)와 오피스텔(1천300가구)만 가득한 내용으로 변경됐다. 올해 8월22일 남동구청에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는데, 아직 착공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다.

지난 27일 경인일보 기자가 찾아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롯데인천타운 사무실에는 컴퓨터 책상 2개와 직원 한 명만 있을 뿐이었다. 롯데인천타운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 내년 초 착공은 힘들다"며 "시공사에서도 나서는 곳이 없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도 높아 당분간은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롯데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개발' 추진 배경과 전망)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