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주말을 맞은 인천 번화가. 예년에 핼러윈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것과 크게 달랐다. 핼러윈 이벤트 등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1년 전 참사를 기억하는 시민 등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소방 당국 등은 안전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지난 27일 오후 9시께 부평역 앞 테마의 거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식당과 술집 등을 찾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지만 다가오는 핼러윈 데이(31일)를 즐기는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코스프레 의상을 입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주점 등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그 수도 크게 줄었다. 몇몇 상점에 호박, 박쥐 등의 장식이 걸려 있어 곧 핼러윈 데이라는 것을 알릴 뿐이었다.
주점을 운영하는 김석민(34)씨는 매장 창문에 주황색 커튼을 달고 호박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다. 그는 "이태원 참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벤트를 고민했으나, 핼러윈을 즐기려는 손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벤트도 열었다"며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가게를 방문하면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려 했는데, 오늘 코스프레 입은 손님은 없었다"고 했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위해 부평을 방문한 김소정(26)씨는 "올해는 관련 이벤트가 없어서, 핼러윈 데이를 앞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부평 테마의 거리 상인회는 지난해까지 진행했던 핼러윈 축제를 취소하고, 상인들에게 핼러윈 이벤트와 장식 등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대진 상인회장은 "상인들 사이에서 추모의 분위기와 안전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핼러윈 축제 대신 내달 10~11일에 부평 맥주 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을 선정해 순찰을 강화하는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소방당국은 다중인파가 밀집되고 골목길이 협소한 부평구 부평5동 '문화의 거리·테마의 거리',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원 등 5개 지역을 중점 관리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들을 대상으로 취약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고, 재난 발생 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인명 구조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찾은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소방본부 관계자 2명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인파가 밀집하는 경우를 포함한 모든 위협을 대비해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며 "오늘은 로데오 거리 일대가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순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평역 거리 특수 의상 등 사라져
소방, 구월동 등 5곳서 순찰 강화
유치원 원아 행사도 보기 드물어
시민들은 1년 전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면서, 당시 상황이 떠올라 힘들어하기도 했다.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한주형(22)씨는 "핼러윈을 생각하면 저절로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며 "핼러윈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젠 핼러윈을 기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다빈(27)씨는 "참사 당일 날 원래 이태원에 놀러 가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가지 않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뉴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이후로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게 됐고 앞으로도 핼러윈 축제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유치원들이 원아들을 위해 진행하던 핼러윈 행사도 보기 어려웠다. 10월이면 각 가정에 원아가 입을 핼러윈 의상이나 소품을 준비하도록 하고 유치원을 꾸며 파티를 열었으나, 올해는 거의 행사를 열지 않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인천지회 관계자는 "핼러윈 행사를 하지 말라고 권하진 않았으나, 각 유치원이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행사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인천지역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10월 23~29일을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특별법 제정·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인천 곳곳에 걸기도 했다. 또 11월에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별은 알고 있다' 상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