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옛 신세계백화점이 세 들어 있던 인천종합터미널(7만7천815㎡)과 바로 옆 구월농산물도매시장(5만8천660㎡) 부지를 갖게 된 시기는 2012년 무렵이다. 당시 10조원의 빚을 짊어진 인천시는 재정난 타개책으로 금싸라기 땅을 롯데에 팔기로 결정했다.
인천시는 2012년 9월 롯데쇼핑과 인천종합터미널 일대 부지와 건물 매각·개발을 위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이어 이듬해 1월 매매 대금 9천억원에 본계약을 마쳤고 같은 해 3월 소유권을 롯데쇼핑에 넘겼다.
사업비 문제로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역시 인천종합터미널 매각과 맞물려 자연스레 롯데로 넘어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인천시는 2014년 3월 롯데쇼핑의 100% 자회사 '롯데인천타운'과 구월농산물시장 땅 5만8천660㎡와 건물(연면적) 4만4천100㎡를 3천60억원에 팔기로 투자약정을 체결했고 이후 1년 뒤인 2015년 2월 본계약을 맺었다.
2021년 "아파트·오피스텔 건설"
8월 주택건설 허가후 사실상 멈춰
롯데쇼핑, 수년간 당기순손실 지속
백화점을 빼앗긴 신세계는 인천시가 롯데에 특혜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7년 롯데의 승리로 끝났고 2019년 롯데백화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구월농산물시장은 애초 2018년 6월까지 남촌동 이전을 추진했지만, 이전 예정지에서 유적이 발굴되고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등 절차가 지연돼 2020년 3월 마무리됐다.
롯데가 2014년 인천의 핵심 상권인 구월동·관교동 일대를 '인천판 롯폰기 힐스'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은 지 10년 가까이 됐다. 당시 롯데는 구월농산물시장 부지 일대에 호주 시드니 '핏스트리트몰'과 브리즈번 '퀸스트리트몰' 형태의 랜드마크 상업시설을 짓고 은행·병원 등 각종 시설을 배치해 인천의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월농산물시장이 빈집이 된 지 4년이 다 돼가는 현재 롯데의 계획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롯데는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그나마 아파트·오피스텔 2천300가구를 구월농산물시장 부지에 짓겠다는 계획을 2021년 내놨지만, 지난 8월 22일 남동구의 주택 건설 허가를 마지막으로 이후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롯데인천타운은 2020년 10월 수익성 확보를 이유로 제이앤디개발과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제이앤디개발이 롯데에 선수금으로 1천840억원을 내면서 사업지분율 40%를 확보했다. 제이앤디개발은 롯데인천타운의 구월농산물시장 땅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1천855억3천만원의 브리지론(부동산 PF 전 단기 자금 대출)을 일으킨 상태다.
롯데인천타운 역시 모회사 롯데쇼핑의 지급확약서(Letter of Comfort)를 통해 제1금융권에서 1천250억원을 빌렸다. 연 이자율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1.1%'다. 지난해부터 CD금리가 3.8%대 수준을 유지한 점을 고려하면 롯데인천타운의 차입금 이자만 연간 6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제이앤디개발의 브리지론 이자까지 감안하면 2021년부터 매년 100억원대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부실 우려에 PF증권 발행도 급감
'롯데인천타운' 年 이자만 100억
부지가치 4600억, 市 매각후 50% ↑
롯데그룹의 캐시 카우이자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두 번째로 매출이 큰 롯데쇼핑도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여파로 올 상반기 PF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이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외적·내적 상황을 봤을 때 롯데인천타운이 착공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10여 년 전 3천60억원에 산 구월농산물시장 땅값은 현재 4천600억원대로 50%가량 뛰었다. 노른자위 땅을 넘긴 인천시와 인천판 롯폰기 힐스를 기대하던 인천시민들은 롯데의 움직임을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지난 8월 주택사업 허가 이후 남동구에서 할 수 있는 절차는 다 끝났다"며 "사회 공헌 성격의 시설 강화를 위해 설계 변경을 논의 중이지만 롯데에서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착공 시기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