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시험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유혹의 순간도 많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습니다. 그래도 꼭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최근 법원직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인천대 법학부 2013학번 피준호(29)씨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건강 때문에 경찰꿈 접고 진로 바꿔
법학부 학부장님도 무척 기뻐하셔
특수성 많은 곳이라 전문성 갖출 것
피씨는 입학 후 8년여 만인 2021년 2월에서야 졸업했다. 사연이 있다. 재학 중 희귀성 고관절 종양이 발견되며 수술과 치료를 받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법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것은 졸업하고도 2년이나 더 지난 올해다.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진로도 바꿔야 했다.
피씨는 애초 경찰 공무원이 꿈이었다고 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 경찰 일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몸을 던져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는 혹시 자신의 건강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공무원 시험 지식 가운데 '민법'을 활용할 수 있는 법원 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렇게 법원 공무원을 목표로 노량진에서의 수험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완치됐던 병이 재발했고 항암 치료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소식을 병원으로부터 듣게 됐다.
그는 "건강이 좋아진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래도 도전을 멈출 순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학원 공부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항암 치료를 받는 날이면 평소보다 2~3시간은 잠을 줄여야 했다. 약 기운 때문에 강사의 설명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계속 구토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학원 강의실에 몸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다행히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시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8월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부모님이 "해낼 줄 알았다"고 눈물을 흘리셨고, 먼저 경찰이 된 여동생은 누구보다 그를 축하해줬다. 제자를 아꼈던 이충훈 인천대 법학부 학부장도 무척 기뻐했다.
피씨는 "전문성을 갖춘 법원 공무원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포부"라고 했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모범 답안 같은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의 답변에서는 예비 새내기 공무원으로서의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피씨는 "법원이라는 곳을 찾는 민원인들은 화가 난 상태에서 오시는 분이 많고, 다짜고짜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법원이 안내하는 절차는 용어도 어렵고 생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