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01001044400054732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한 마을에서 학교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학교는 그 마을 아이들의 배움과 인성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자녀를 키우는 이웃들의 교육 공동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마을의 중심이 되던 학교가 정작 학생이 없어 문을 닫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겐 상실감을 가져다준다.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오랜 기간 방치되는 폐교시설은 미관상으로나 건물 관리 측면에서나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학령인구가 계속 줄면서도 외부 인구 유입이 거의 없는 도서지역 학교(분교 포함)는 폐교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시설 2026년까지 사업비 200억 투입
지자체와 관광 프로그램 연계 등 다양한 논의
서도초중 볼음분교 등 남은 폐교 점검후 검토


인천시교육청은 현재 폐교들의 바람직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폐교한 지 20년이 넘은 인천남중 북도분교와 마리산초등학교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7월 '폐교 활용 문화·예술·체육공간 조성 및 운영 타당성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갖고, 이 시설들을 각각 독서캠핑장과 문화·예술시설로 재단장하기로 했다. 폐교를 학생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방치된 폐교, 주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3
지난 1999년 폐교 이후 방치된 인천 옹진군 북도분교 모습.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리에 있는 북도분교는 지난 1999년 문을 닫은 학교다. 부지 면적만 1만3천여㎡에 달하지만, 폐교된 이후 빈 시설이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상태였다.

인천시교육청은 이곳을 가족 단위 시민이 1박2일 머물며 자연과 독서를 즐기는 캠핑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북도분교는 2025년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신도대교가 개통 예정인 만큼 앞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돼 활용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도분교의 경우 기존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2층짜리 도서관과 야영시설을 신설하게 된다. 옹진군 북도면에 도서관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옹진군이 지닌 역사, 문화, 관광 자원을 토대로 독서 숲길 탐방, 사색 캠핑 등 이용객들을 위한 특화 체험 프로그램도 발굴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방치된 폐교, 주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3
지난 1999년 문을 닫은 인천 강화군 마리산초등학교 전경.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 강화군 화도면 덕포리에 있는 마리산초 역시 1999년 폐교했다.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 인근에는 문화 관련 시설이 없다. 마리산초는 주변에 우수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인천시교육청은 이 폐교를 사색과 생각 비움의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마리산초는 기존 학교 건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인천시교육청은 기존 학교 건물과 인근 사택 건물을 증축 또는 리모델링해서 전시실, 작업실, 주민 커뮤니티 시설 등 복합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교 운동장도 최대한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향유 공간으로 꾸민다.

인천시교육청은 북도분교 독서캠핑장 조성과 마리산초 문화·예술시설 조성을 위해 2026년까지 사업비 200억원을 쓰고, 각 지자체와 차량 진입로 확장이나 관광 프로그램 연계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전에는 인천시교육청 교육재정과가 이 사업을 담당했지만,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최근 마리산초는 중등교육과(중등교육과정팀)가, 북도분교는 학교마을협력과(독서인문교육팀)가 맡기로 했다.

방치된 폐교, 주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3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7월 25일 진행한 '폐교 활용 문화·예술·체육 공간 조성 및 운영 타당성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 2023.7.25 /인천시교육청 제공

이와 함께 인천시교육청은 남은 폐교들에 대해서도 점검에 나선다. 폐교들은 대부분 부지와 시설을 매각하거나 학교 측에서 자체 활용하는 곳도 많지만, 그 외의 경우는 그대로 방치될 우려가 크다.

아직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폐교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서도초 볼음분교, 서도중 볼음분교를 비롯해 삼산초 서검분교, 용유초 무의분교 등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전담팀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고, 다른 폐교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나가겠다"며 "폐교 인근 주민과 방문자들을 위한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 특색에 맞는 특화 프로그램을 발굴해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2023102901001044400054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