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국가는 결혼을 장려했다. 인구를 국가 유지와 국력의 원천으로 보고, 독신자를 국가와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스파르타에선 한 겨울에 나체의 독신자들을 광장에서 끌고 다녔다. 병사를 낳지 않는 '더러운 독신자'를 공개 모욕하는 회술레였다. 플라톤도 "결혼이 법적 의무"라며 35세 미혼남의 성인 권리 박탈을 주장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독신세를 만들고 재산 상속에서 열외시켰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독신세를 거뒀다.(장 클로드 블로뉴 '독신의 수난사')
우리 역사와 문화라고 다르지 않다. 결혼해야 비로소 성인으로 사회적 지위를 인정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은 남녀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무언의 압박에 시달렸다. 시대의 변화와 추세에 따라 적령기는 점점 연장됐지만, 압박은 여전하다.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하는 게 맞다'는 오래된 설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구 감소에 전전긍긍하는 국가도 자녀를 둔 기혼자에게 세금, 주거, 복지를 집중 지원한다. 미혼자를 역차별해 결혼을 압박하는 정책이다.
최근 경인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 수도권 미혼인구 분석' 결과가 놀랍다. 수도권 청년층(20~49세)의 미혼율이 50.4%로 10년 전 보다 10.6%p 증가했단다. 일반적으로 장년층으로 구분하는 40대까지 청년에 포함한 것은 가임기 미혼 남녀의 현황과 의식을 조사해 저출산 대책에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튼 수도권의 청년층, 즉 가임연령층 둘 중 한 명은 미혼이라는 얘기다. 수도권보다는 낮다지만 비수도권 미혼율도 47.4%로 큰 차이가 없다. 세계 꼴찌 출산율은 당연하고, 인구 소멸 1순위 국가의 비극적 미래를 보여주는 통계다.
봄 가을이면 결혼 축의금 내느라 허리가 휘었던 경험과 딴 판인 결과라 당황스럽다. 더 심각한 건 수도권 미혼 남자의 39.6%, 여자의 22.3%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점이다. 또 자녀의 필요성에 미혼 남자 53.7%, 여자 29.0%가 동의했다. 결혼 가능성이 있는 미혼이 비혼으로 굳어지고, 결혼해도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망설이니 두렵다. 역대 정부가 2021년까지 16년 동안 저출산 극복예산으로 쏟아부은 예산이 280조원이란다. 결혼시 1억원과 주택자금 2억원, 출산시 5천만원 무상지원. 진작 허경영 말대로 할 걸 그랬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