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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가'는 조선 후기에 나온 장편 풍물 가사다. 18~19세기 조선 사회의 풍속과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면서 풍속사 연구 자료로도 널리 활용된다. '한양가'는 총 764행에 이르는 대작이며, 4음보 1행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한양가'에는 많은 이본들이 있으며, 박제가·이덕무·서유구·신광하 등 13인의 문신들이 정조의 명으로 지어 올린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와 줄곧 비교되기도 한다.

작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고, 작품의 말미에 갑진년 봄 한산거사(漢山居士) 지음(著)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기록으로 미뤄 헌종 10년(1844)경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문 가사로 문학사적 가치가 분명하나 왕조의 태평성세를 찬송하는 내용이 많다. 작품은 공간이동 순서에 따라 전개되며 크게 14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마다 서사-본사-결사의 3단 구조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한양의 풍수와 지세 그리고 왕조를 찬양하는 서사에 궁궐, 육조 관아와 여러 관청들, 시정 풍경, 육의전, 기생 점고, 과거 풍경 등 조선 후기 사회 문화를 잘 그려내고 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작품 구성이 엉성하고 단순하며 동어 반복이 보이는 등 기법적으로 그렇게 빼어난 작품이라 할 수는 없으나 장편 국문 가사이자 풍속사 자료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12번째 주제인 수원 화성으로 향하는 능행(陵行)이다. 우리 국문 가사들 가운데서 수원 화성 능행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은 '한양가'가 유일하다. "해마다 정월이면 태묘 사직 다니신 후/ 능행령(陵行令) 내리시니 남도 거둥 되신다네/ 남도는 화성부(華城府)라 두 능 뫼셨으니/ 건릉과 현륭원의 춘전알(春展謁) 영이 났다"로 시작하는 '능행편'에는 능행에 참여한 수행 관리들이 상세하게 나열돼 있다. 가히 시(詩)로 그려낸 '반차도'라 할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한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런 작품을 소장하거나 수원에 유치하여 '반차도' 등 같은 유관 자료들과 함께 전시하면 수원 화성의 가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박물관 필사본 외에 이본도 여러 권이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이런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