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유해발굴이 시각을 다투는 사안이 됐지만, 정부와 경기도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핑퐁게임'을 반복하고 있다.
40기의 분묘가 발견돼 집단 암매장 사실이 확인(10월26일자 2면 보도=50년만에 햇빛 본 선감학원 피해자 40기… 국가차원 발굴 필요)됐지만, 과거사 진실규명 활동 종료는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안산시민네트워크등 6곳 기자회견
"정부, 운영주체 경기도에 떠넘겨
道 '국가 위임' 탓하며 책임 미뤄"
예산 편성 여부 등 아직도 미지수
특히 유해가 묻힌 지역 토양의 산성도가 높아 하루빨리 이를 발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경기도의 경우 피해자 지원이라도 시작했지만, 정부는 사과는 물론 지원과 유해발굴까지도 '남 탓'으로 돌리면서 피해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 등 6개 시민단체는 30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정부와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유해발굴을 비롯한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라'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변에서 선감학원 피해자의 법률지원단 단장을 맡은 강신하 변호사는 "정부는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하고, 경기도는 국가가 위임해 운영했다면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경기도는 사과 및 피해자 지원을 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전면 유해발굴 추진 여부는 여전히 결정된 게 없는 상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공식 사과와 피해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정부의 공식 사고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경기도는 선감학원의 핵심적인 주체인 국가가 유해발굴을 비롯한 진실규명을 주도하고 경기도는 협조하는 역할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경기도와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아직 정확한 추진 주체와 예산 편성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행안부가 지난 17일 유해발굴 이행계획 수립을 위해 경기도 등의 관계기관과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명자료를 공개했는데, 경기도는 현재 그 입장대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화위 측은 전면 유해발굴 예산을 3억~4억원, 진행 기간은 6개월로 예측했다. 매장 추정 부지는 경기도와 안산시 소유다.
앞서 지난 25일 진화위가 공개한 시굴 조사 결과는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의 20% 정도인 분묘 40여 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2기 진화위 활동이 종료되는 내년 5월 26일까지 유해발굴이 진행되지 않으면 규정상 매장지에 대한 추가 조사와 발굴은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당시 공개한 분묘를 포함해 발굴된 유해, 유품 등을 안치할 봉안시설도 마련되지 않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시굴 용역사가 임시 보관 중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선감학원 유해 매장지는 사유지가 아니다. 토지허가서 통해 허가받고, 정부 등이 예산 지원만 결정하면 전면 유해발굴이 가능하다. 유해 부식이 가속화되고 있어 지난해부터 권고안 통해 시급성을 수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