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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지역 홍보의 공로를 인정해 쿠마몬을 인턴사원급에서 단숨에 영업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이후 지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 때마다 쿠마몬을 참석시켰고 다른 지역에 방문해 고위급 인사를 만날 때도 쿠마몬을 대동했다. '상식을 벗어났다', '장난이 도를 넘었다' 등의 비판을 온전히 수장이 감내하면서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자유로움이었다. 공조직의 틀을 깬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서 쿠마몬은 무럭무럭 성장, 지금의 위치에 섰다.

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쿠마몬은 곧 자부심이다. 지역에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널리 알리고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영업부장 외에 행복부장 직함도 가진 쿠마몬의 목표는 '구마모토현민의 행복량 최대화'이다. 여기에 태어나 자라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만든다는 게 구마모토현의 최종 지향점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다. 그러나 도시 개발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지자체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이 낮은 편이다. 도내 각 지자체는 이를 극복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안 중 하나로 캐릭터 사업에 눈을 뜬지 오래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에 이르진 못했다. 대학생들이 평소에 '과잠(학과 점퍼)'을 착용하고, 관중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건 소속감 때문이다. 캐릭터를 훌륭한 홍보 수단 정도로만 삼을 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존재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귀여운 캐릭터라 해도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 쿠마몬의 뱃살이 두둑한 건 구마모토현의 깨끗한 지하수를 통해 자란 맛좋은 농·수산물을 먹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발상이 그저 놀랍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