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쿠마몬은 곧 자부심이다. 지역에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널리 알리고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영업부장 외에 행복부장 직함도 가진 쿠마몬의 목표는 '구마모토현민의 행복량 최대화'이다. 여기에 태어나 자라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만든다는 게 구마모토현의 최종 지향점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다. 그러나 도시 개발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지자체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이 낮은 편이다. 도내 각 지자체는 이를 극복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안 중 하나로 캐릭터 사업에 눈을 뜬지 오래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에 이르진 못했다. 대학생들이 평소에 '과잠(학과 점퍼)'을 착용하고, 관중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건 소속감 때문이다. 캐릭터를 훌륭한 홍보 수단 정도로만 삼을 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존재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귀여운 캐릭터라 해도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 쿠마몬의 뱃살이 두둑한 건 구마모토현의 깨끗한 지하수를 통해 자란 맛좋은 농·수산물을 먹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발상이 그저 놀랍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