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 대체 인력 250만명 추정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인식 필요
그런데 정부 정책에는 노동력 확보라는 경제적 측면만 있고, 외국인 증가에 대한 국민 수용 방안과 사회통합 논의가 부족하다. 법무부가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는 지금까지 정부 사업이 외국인의 초기 적응을 돕고 한국문화에 동화하도록 유도하여 한국인과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협소한' 사회통합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인 수 규모를 고려하여 '포괄적' 사회통합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포괄적 사회통합을 미룬다면 이민자와 갈등으로 사회문제를 겪는 일부 유럽 국가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포괄적 사회통합을 위해서 무엇보다 외국인을 단순히 '대체 인력'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거나 적어도 '친한파 외국인'으로 만든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잘 적응해서 정부가 기대한 대로 국가 성장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외국인 문화를 존중하여 '상호문화(cross-cultural)' 이해와 문화다양성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유엔 산하 조직으로 교육, 과학과 문화를 담당하는 유네스코(UNESCO)는 '상호문화'를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문화 구성원이 직접 또는 다양한 매개 형식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상호 작용하거나 서로 영향을 미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상호문화 이해가 있어야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상호문화 상황에서 상대 문화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고 새로운 문화를 함께 개발할 때 모든 구성원이 변화하며 포괄적 사회통합에 도달할 수 있다.
만국 공통어 '스포츠' 소통 촉매제
'상호문화 이해' 환경 만들기 시급
전지희·신유빈 AG 금 상징적 사례
상호문화 이해를 돕는 촉매제로 스포츠는 훌륭한 자원이다. 그 이유는 스포츠가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문화 콘텐츠로서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첫 출발은 서로 소통하는 것인데 언어가 다르면 소통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포츠는 전 세계 표준화된 규칙을 가지고 신체 활동을 통해 소통하니까 언어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재미 한인 연구에서 만난 청년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주하여 처음에 영어도 못하고 학교에서 늘 외톨이였다. 그런데 그가 길거리에서 혼자 농구하는 것을 본 미국 아이들이 다가와서 같이 놀자고 말을 걸고 함께 농구하면서 비로소 친구를 사귀고 학교생활과 미국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외국인 주민은 같은 국가 출신끼리만 운동하는데 외국인이 한국인과 함께 운동하며 상호문화 이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운동을 통해 교류하며 상호문화 이해 수준이 높아질 때, '새로운 대한민국'의 국가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번 항조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지희와 신유빈의 팀이 상징적 사례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지 12년만에 전지희는 신유빈 선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 되어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21년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외국인 이웃과 한국인이 같은 팀을 이루어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상호문화 이해를 높이는 것을 더 미룰 수 없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