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01000071500002061

성경은 예수 말씀으로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탐욕으로 쌓은 부(富) 자체를 신성모독으로 본 것이다. 부자가 이럴진대 고리대금업자의 천국행은 꿈에도 불가능했다. 이자놀이야말로 반성경적 행위였다. 단테가 신곡에서 지하 9층 지옥 7층에 고리대금업자를 신성모독자들과 함께 가둔 까닭이다.

고리대금업자를 악마로 여기는 성경의 가르침은 유럽 기독교 사회의 강력한 윤리규범이었다. 금융업으로 중세를 지배한 메디치 가문도 성경의 경고가 두려웠다. 해결책은 참신하고 완벽했다. 두오모 성당 등 성전 시설 건축에 기부를 아끼지 않았고, 아예 가문에서 3명의 교황을 만들었다. 이 정도 투자면 하나님도 손을 내밀거라 믿었을 테다.

고리대금업은 사회악으로 멸시당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악마의 돈이라도 빌려야 할 경제구조 때문이다. 개미지옥에 갇힐 줄 뻔히 알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대금업자 앞에 줄을 선다.

1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소득이 1억원을 넘었단다. 또 지난해 5대 은행은 2천357명에게 1인당 평균 3억5천548만원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기본 퇴직금은 뺀 거액이다. 올해 4대 금융그룹(국민·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이자수익이 19조8천여억원이다. 지난해도 같은 규모였다. 사상 최대 이자수익으로 퇴직 잔치, 복지 잔치를 벌인다.

은행들의 돈 잔치를 지켜보는 자영업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횡령, 부실·불법대출로 얼룩진 빵점짜리 경영을 해놓고도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건 선량한 서민 대출자들이 은행이 달라는 대로 원금과 이자를 갖다 바친 덕분이다. 대통령 말대로 서민들은 "은행의 종"이 됐다.

IMF사태 때 국민 혈세로 살아남은 은행들이 국민 등골을 빼 먹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고금리로 다 죽여놓으면 이자놀이할 놀이터도 사라진다. 투자한 건 시간뿐인 은행들이 이자 지옥에 빠진 '고객님'들 앞에서 돈잔치라니, 무감각한 몰염치는 대중의 분노를 산다. 왕조시대 농민봉기도 환곡비리와 장리쌀의 살인적인 이자 때문이었다. '이자 대란'의 시대다. 이익은 커녕 손해도 감수하는 은행들의 공적 기여가 절실하다. 아니면 지옥문이 열린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