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일 전세사기 단속과 처벌 강화에 초점을 둔 대책을 발표하면서 피해자 구제, 회복을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진원지가 된 인천의 경우 피해가 발생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미미하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국토교통부, 법무부, 경찰청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전세사기 특별단속 무기한 연장, 가중 처벌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브리핑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은 범죄수익 몰수를 통한 피해자 재산 보전이나 피해자 신속 결정, 피해 상담 역량 보강 등에 그치고 신규 지원 대책은 없었다. 다가구 임차인 등 정부 대책에서 배제된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시급하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다가구 임차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 방안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국토부 등 합동브리핑서 방안 발표
다가구 임차인 등 지원 방안 빠져
'후속 행정절차 단축 집중해야' 지적
이날 합동 브리핑이 끝나고 '피해 지원 없는 엄중 처벌 의지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논평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나왔다. 정부 대책이 단속과 처벌에 집중되면서 피해자 지원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대책위는 "이번 발표에는 '임대인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아 특별법 피해자로 신청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며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하는 피해자나 다가구, 신탁 사기, 비거주용 오피스텔, 불법 건축물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추가 대출 요건을 삭제하고 다양한 유형의 피해 상황에 맞춰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결정된 이후의 후속 행정 절차를 단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자로 결정된 이후 우선매수권 행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매입에 필요한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 공공매입의 경우 가능 여부를 심사하는 기간만 두 달이 걸린다"며 "우선매수권 행사를 위해 경매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해야 하는데 금융권 심사 과정도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지난해 인천에서 확인되면서 전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검찰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 빌라 등 공공주택 2천여 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린 남모씨를 국내 전세사기 사건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국토부·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지난달 31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 2천100건(피해액 1천981억9천만원)을 접수했다. 이 중 전세사기 피해 사례로 인정받은 것은 1천721건(1천582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사례 80% 이상이 미추홀구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현주·백효은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