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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란다 원칙' 고지 장비를 개발한 인천경찰청 소속 김기성 경감. 2023.11.5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당신을 현 시각 부로 범죄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체포 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범인 체포 현장에서 경찰관이 반드시 말해야 하는 '미란다 원칙'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하나라도 빠뜨리면 불법 체포로 간주할 뿐 아니라 이후 수집된 진술이나 증거는 법적으로 활용될 수 없다.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미란다 원칙을 피의자에게 알리고 있으나, 매우 급한 상황이 벌어져 잘못 말하면 애써 잡은 범인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음성인식 기술 활용 자동으로 알려
최대한 간단하게 이용하도록 개발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 '최우수상'


현장 경찰관들의 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미란다 원칙을 인공지능(AI)으로 고지하고, 영상으로 기록해 상황실과 공유하는 기기가 개발됐다. 인천경찰청 소속 김기성 경감이 제안한 아이디어다.

김 경감은 "경찰관 개인이 미란다 원칙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도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등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오면 순간적으로 한두 가지를 빠트리는 일이 생긴다"며 "경찰관의 실수를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보완해주기 위해 장비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장비는 AI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경찰관이 간단한 음성 명령만 내리면 자동으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김 경감은 설명했다. 또 노래방이나 술집 등 시끄러운 환경에서 범인을 체포할 경우 피의자에게 이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고출력 스피커도 내장돼 있다.

그는 "최대한 현장 경찰관들이 간단하게 장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장비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장비는 경찰관이 미란다 원칙을 피의자에게 알리는 장면을 자동으로 녹화한다.

김 경감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무죄를 받으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경찰관들도 체포 과정을 정확히 기억을 못 하므로 이를 정확히 알렸는지 헷갈리는 일이 생겨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이 기기가 미란다 원칙을 알리기 30초 전부터 자동으로 녹화를 진행하면 나중에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경감이 개발한 장비는 최근 열린 제9회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장비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인천지역에서 시범 운용한 뒤 필요한 사항을 보완해 전국 경찰관에게 확대 적용된다. 그는 "장비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현장에서 땀 흘리는 경찰관들의 든든한 법 집행과 안전 확보에 꼭 필요한 장비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