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은 건국 이후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등으로 이어져 오다가 1990년대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 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자유, 공화, 정의 등의 정치적 이념과 변화를 지향하는 정당이었다. 초기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수립, 국민 형성과 국민교육, 경제성장과 정의구현, 점진적인 자유확장 등의 방향을 추구하였다. 왕정이나 제정 등 전근대적 지배권력이 존재했다거나 이들에 저항하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가 강력하게 성장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만들어가면서 전근대적 체제로부터 벗어나 근대적 개인과 자유를 확장하는 목표를 지향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일정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스스로 목표를 잃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그 색채를 알 수 없는 관료적 국가주의세력으로 변모하였다. 선거정치의 필요에 의해 자유주의세력을 일부 흡수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내부에서 소멸해버렸다.
한국정치 보수·진보주의간 쟁투화
양대 세력 '정치적 이념·지향' 파산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 사회보수주의, 민주화운동세력 등이 이합집산하면서 한민당, 민주당, 신민당,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 정치사회세력의 이념적 경향은 군사정권과 독재, 권위주의를 반대하는 반권위주의적, 자유주의적인 성향과 재야 운동권 및 사회주의세력에 대한 친화성향으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중도자유주의세력이 주도하고 점차 좌파 사회주의적 세력으로 중심이 이전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 세력은 민주화가 일정한 정도로 실현되면서 자유주의적, 반권위주의적 분파의 영향력이 추락하면서 점차 급진, 진보세력으로 편향되어 갔지만, 거의 동시적으로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면서 이념적 지향이 모호해졌다. 그 결과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지향을 갖는 내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 세력 역시 보수주의세력과 마찬가지로 실현 불가능한 이념적 지향을 추종하는 수단으로써 국가주의와 집산주의를 취하게 되었다.
보수주의는 추구할 정치적 목표를 상실하고 자유주의마저 배제하면서 고립된 탓에 좌파사회주의세력의 포퓰리즘에 이끌리게 되었다. 좌파 진보 진영의 모든 이슈에 맞설 수 없게 되면서 무색채의 관료적 국가주의만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전통과 질서 등 이미 존재하고 있는 체제를 존중하고 미래의 방향설정이 부재한 일종의 신비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진보주의세력은 사회주의로의 진보·개혁의 역사적 패배와 새로운 실현 가능성 부재의 상황에서 그 관성적 수단으로서의 집산주의를 취하고 포퓰리즘적 평등과 복지를 내세우면서 정치공학과 권력장악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직된 집산주의로 대중 설득 못해
결과적 이전투구식 권력경쟁 계속
왜 민생 해결 못하는지 되돌아볼일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모두 정치적 이념과 지향에 있어서는 파산한 세력이다. 보수주의세력은 정부당국에 대한 선호와 경제적 힘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하나의 정치적 질서 안에 생각이 다른 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원칙이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진보주의는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과도한 신념 때문에 시장을 경유한 자유를 관용할 수 없다. 양 세력 모두 자유주의를 포용하거나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직된 집산주의 안에서 대중을 설득할 수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일반대중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전투구식의 권력경쟁을 선전선동과 가짜뉴스 등 비민주적 방식의 수단을 통해 계속하는 것이다. 나아가 양대 세력은 집산주의적 국가주의에 매몰된 쌍생아로서 역사발전의 이념적 합리성에 기대거나, 반국제주의적 민족주의로 포장하며, 포퓰리즘적 사회주의로 선동하는 정치를 지속하는, 정치적 존재의의도 없고 역사발전의 가능성도 실현하지 못한다. 왜 이들이 정치적 집단주의를 취하면서 권력쟁취와 내부 분배에만 몰두하고 있는지, 그 결과 정작 대중의 민생을 해결할 이념적 지향을 제시하지 못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