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인천 계양산의 한 농장에서 좁은 우리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렸던 대형 견들을 보살피고 있는 '아크보호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크보호소는 3년 전 계양구 목상동 개 농장에서 도축될 개들을 구출한 뒤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동물보호소다. 이곳은 최근 지자체와의 송사 등으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산 '아크보호소'에 들어서자 90여 마리의 대형 견이 꼬리를 흔들었다.
도축을 목적으로 길러지던 이 개들은 지난 2020년 말 동물보호단체 '케어'와 시민 등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당시 240여 마리였던 개는 국내·외 입양, 임시 보호 등으로 현재 90여 마리만 남아있다.
아크보호소는 인천을 비롯한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결성한 모임이 원래 불법 건축물을 지은 개 농장 주인에게 부과된 이행강제금 등을 대신 물어주는 대가로 운영권을 넘겨받은 곳이다.
아직 곳곳에 개 농장에서 쓰였던 물건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3.3㎡ 남짓도 안되는 좁은 '뜬장'(바닥 면도 철조망으로 이뤄져 공중에 떠 있는 우리)은 모두 제거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동물보호소로 운영되고 있다. 사룟값 등도 전부 시민이나 기업의 후원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도축 목적 개 구출 90여마리 남아
사룟값 등 시민·기업들 후원 충당
계양구와 송사… 2심 재판 진행중
아크보호소 직원 김왕영(27)씨는 "아이들 이름표에 노란색, 검정색, 빨간색, 녹색을 칠해 성격이나 특징을 구분해놨다"며 "사람을 좋아하는 온순한 아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청소나 시설물 보수, 월동 준비 등을 돕기 위해 봉사자들이 찾아온다.
이날 아크보호소를 찾은 유예지(26)씨는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학생 때 관련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마침 최근에 SNS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찾아왔다"며 "온 김에 오후까지 있으면서 최대한 많이 도움을 주고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처럼 시민 등의 도움으로 운영 중인 아크보호소는 최근 철거 위기에 놓였다.
보호소가 들어선 곳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담당 지자체인 계양구가 보호소 철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은 지난해 10월께 이 명령이 부당하다며 인천지법에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도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개발제한구역에서 동물보호소를 설치한 행위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청의 결정이 동물보호법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행정명령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청이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계양구청 스마트도시재생과 관계자는 "2심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만 동물보호단체가 올해 말까지 (보호소를)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신중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동물보호소 이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현재 지내는 아크보호소가 좁고 낡아 개들이 지내기 불편한 환경이라 대체부지를 찾고 있다"면서도 "대체부지로 알아보는 지역에서 주민 반대 등으로 인해 보호소 설립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