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떡봉회 오원정회장
시흥떡국봉사회 오원정 회장(58)은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떡국 점심봉사가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2023.11.8 시흥/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

"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라 삶의 활력을 높이는 필수 에너지란 걸 깨닫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오히려 봉사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더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시흥떡국봉사나눔회(떡봉회) 오원정(58) 회장은 13년째 노인들에게 따뜻한 떡국 점심으로 지역사회 숨은 봉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오 회장이 떡국 봉사를 하게 된 데는 남편의 선행이 계기가 됐다. 오 회장의 남편인 박홍구씨가 능곡동으로 이사온 뒤 동네에 있는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에 노인들의 생신 후원을 하고 싶다며 매달 일정 기부금을 전달하자 노인복지관장이 매주 토요일마다 운영하는 '토요복지관' 첫째주 중식 봉사를 제안하면서다.

원래 토요일은 복지관이 쉬는 날이지만 70% 정도가 임대아파트 지역인 능곡동의 경우 차상위계층이나 저소득 가정이 많아서인지 찾아오는 노인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관장의 아이디어로 외부 민간단체에 토요복지관 운영을 별도로 맡겨 점심 봉사를 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생신후원 기부금 '봉사 계기'
갑자기 안 보이시면 '가슴이 허전'
올 겨울엔 '사랑의 김치' 전달 예정

2011년 오 회장이 주축이 돼 10명 남짓한 회원들이 떡봉회를 결성한 뒤 매주 토요일 복지관에 나와 200명이 넘는 노인들에게 제공할 떡국 준비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심지어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 방역 통제기간에도 밀키트를 만들어 노인들 각 가정에 점심을 일일이 보낼 정도로 지극정성을 보였다.

떡봉회는 회원 1인당 월 1만원씩 회비를 걷고 부족한 재원은 오 회장의 남편이 채워서 떡국을 만들 식재료를 구입하고 회원 모두가 동참해서 조리봉사로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오 회장은 "늘 부족하지만 떡국과 같이 드실 반찬으로 잡채, 김치, 과일, 요구르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5월 어버이날과 10월 노인의 날 주간에는 별도 바자회를 열어 노인들의 봉사할 후원기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지난주까지 오시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병상에 누워 계신다는 말을 들을 때 마음이 너무 허전하다"며 "떡국 하나로 맺어진 인연이 이토록 큰 교감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회원들의 떡국 봉사 열정도 남다르다. 능곡동에서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도 매월 첫째주 떡국 봉사는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란다.

오 회장은 경기도가 공모한 김장지원사업에 당선돼 이번 겨울에는 김장봉사로 노인들뿐만 아니라 다문화 어린이 가정에 사랑의 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시흥/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