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을 당론으로 꺼내 든 가운데 같은 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정치 포퓰리즘'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지 말라는 얘기다.
이 같은 유 시장의 발언은 내년 총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도권 '역풍' 우려와 함께 서울시 중심의 정책 추진에 따른 지방 소외를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포통' 중진 반대, 재논의 가능성
"조율 없어… 당내 뒤통수 반응도"
인천시가 2군·8구를 2군·9구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추진 중인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유 시장이 취임한 후 두 달여가 지난 8월 말에서야 처음 발표됐다.
이후 1년여 동안 주민과 지방의회 의견을 들었고, 최근에서야 법률안 입법예고가 끝났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의결, 국회 통과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비슷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논하기엔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선거 이후 흐지부지 묻힌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국민의힘이 밀고 있는 '메가시티 서울'은 유 시장의 '수도권 메가폴리스(거대도시) 재편' 구상과 배치되기도 한다. 유 시장은 수도권을 4개(동·서·남·북) 권역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부천시·김포시·시흥시·광명시 등과 함께 묶어 서부권 권역으로 만들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이 이뤄지면 김포시와 맞닿는 인천 서구, 계양구, 강화군과 연계성이 떨어지게 된다. 수도권 메가폴리스 재편 구상은 차치하더라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고, 논의 자체가 시기적절하지 않다는 게 인천시 입장의 요지다.
일각에서는 유 시장이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이라는 국민의힘의 무리한 당론을 철회할 '퇴로'를 열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시장은 임명직으로 김포군수를 시작해 김포지역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지냈다. 김포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당내 중진급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유 시장이 서울시 편입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해당 사안이 재차 논의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사전 조율 없는 유 시장의 발표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그동안 숨어있던 '메가시티 서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함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