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맞춤정책을 만든다. 수원시 공무원 팀장의 멘토링을 중심으로 한 공식적인 아주대 수업시간을 통해서다.
올해 2학기 행정학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3학점짜리 '정책사례연구(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이 개설됐다. 수원시와 아주대학교가 청년주도 정책개발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설한 관-학 협력 과목이다.
수원에 있는 대학에서 행정학과 정책론 등 이론을 배운 학생들이 정책발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정책 참여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수원시와 아주대의 합작품을 소개한다.
전공선택 과목 '캡스톤디자인' 처음 개설
사전신청 높은 경쟁률 뚫고 20여명 선발
팀장급 공무원 특강에 현실적 개선 조언
수강생 '청년참여단'으로 공론화 역할도
PM킥보드·창업 공중전화 등 6개안 '경청'
■ 행정학과에서 실습? 학생-공무원 멘토링
이달 초 수원시에 위치한 아주대학교 인근 한 카페. 4명의 학생과 수원시 팀장급 공무원 1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설레는 분위기가 가득한 바깥 분위기와 다르게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사뭇 진지함이 가득하다.
이들의 논의 주제는 수원시에서 킥보드 등 PM(Personal Mobility) 이용 문화를 확산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 단순히 청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경험이 많은 공무원 팀장이 조언하는 '멘토링' 현장이다.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2~3학년으로 구성된 학생들이 먼저 구상한 정책 개선안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킥보드 등 PM 주차공간이 인도에 있어 주행도 인도로 하게 된다고 분석한 뒤 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활용한 PM전용 주차장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안전한 이용을 위한 헬멧 사용과 보관을 용이하게 하려면 편의점에 보관함을 설치하는 시범사업이 필요하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에서는 속도를 제한하고 가변속도표출기 등 시설물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PM교통공원 조성으로 안전 의식을 높일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학생들의 개선방안 발표가 끝나자 멘토 최성혁 팀장이 조언을 시작했다. 그는 "제안한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으려면 문제점을 인식하는 방법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제안한 방안의 문제점과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줬다.
멘토링을 경청한 2학년 함동화 학생은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정책 개발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실무자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시각을 다양하게 넓히고 균형을 잡아 과제를 열심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 수원시-아주대 협업으로 청년정책 개발
아주대 학생들과 수원시 공무원 팀장의 멘토링은 공식적인 수업시간이다. 2023년 2학기 아주대학교 행정학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3학점 교과목 중 '행정 인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정식 과정의 일환이다.
교과목 이름은 '정책사례연구(캡스톤디자인)'. 수원시와 아주대학교가 청년주도 정책개발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설한 관-학 협력 과목이다.
해당 수업 개설을 위해 수원시와 아주대는 올해 초부터 협업을 시작했다.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실습형 문제해결 방식 '캡스톤디자인'을 행정학과에도 도입하기로 뜻을 모으면서다. 수원시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행정학과 정책론 등 이론을 배운 학생들이 정책발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정책 참여를 높이고자 수원시와 아주대가 수차례 사전협의를 거쳤다.
일반적으로 실습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행정학과에서 현장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공선택 과목이 개설되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2학기 개설을 위해 1학기부터 사전 수강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일찌감치 관심 있는 주제로 팀을 구성해 과제를 선정하고 담당 교수의 면접까지 진행한 끝에 20여명의 수강생이 선발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자유로운 정책 제안과 의사결정과정을 실습하고 있다. 조별로 과제 계획을 발표하고, 수원시에서 실무 경험을 20년 이상 쌓은 팀장급 공무원들이 분야별로 특강을 했다.
수업을 위해 필요한 수원시 정책 개발 관련 사업에 대한 내용은 물론 일반 행정과 도시교통, 사회복지 등 지방행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을 실무자의 입장에서 알려주는 유익한 강의가 진행됐다. 현재는 팀장급 공무원들이 조별 면담을 통해 과제를 다듬는 멘토링 과정이 진행 중이다.
■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 청년 제안 정책 소통 '톡톡'
청년이 주도하는 정책개발 수업은 수원시의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키우고 있다. 수원시와 아주대의 관-학 협력을 넘어 주민의 의견을 더하며 정책을 다듬는 민-관-학 확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원시는 지난 9월 해당 수업 개설 당시 수강생들을 '수원시 정책 청년참여단'으로 위촉했다. 청년참여단은 자유롭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며 공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 새빛톡톡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6개 조별로 학생들이 다듬고 있는 과제들이 새빛톡톡 제안토론에 게시돼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창구로 기능한다.
앞서 소개된 수원시 PM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비롯해 ▲청년세대의 전통 시장 이용 활성화 방안 ▲수원시내 공중전화 부스를 청년창업 요람으로 재탄생시킬 방안 ▲수원시 내 부주의 교통사고의 통합적 예방책 ▲수원시 청년정책의 방향성 제시 ▲청년 중심으로 '청년의 날' 기념행사를 개선하는 방안 등 총 6개의 제안이 게시돼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활용해 아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정책 개발과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며 "새빛톡톡이 아주대와 수원시, 수원시민의 상생과 협력을 이끄는 모델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