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A씨는 당초 파트장을 맡고 있었는데, 회사는 A씨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 부서를 통폐합하며 A씨의 파트장 직위를 해제했고, 복귀한 A씨를 팀원으로 사실상 강등시켰으며 새로운 업무를 부여했다. 이후 A씨는 업무를 수행하며 객관적 승진 점수를 채웠지만, 주관적인 부서장 평가에 따라 세 차례나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승진 누락'에 대하여 시정신청에 나선 것이다.
해당 판정에서 1심과 2심 판정이 갈린 핵심은 육아휴직자 승진 누락이 차별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성차별에 해당하느냐'이다. 1심이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이유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과 남성 직원 모두 승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해도 그게 성차별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위 '고용상 성차별 시정' 도입후
지난달 처음 시정명령 반가운 뉴스
육아휴직 승진 누락 여성 불리 인정
하지만 2심의 기준은 달랐다. 중노위는 어떤 성별이 육아휴직을 주로 사용하는지, 육아휴직자와 비육아휴직자의 차이에 주목했다. 해당 회사의 직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은데,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대부분 기업이 그렇듯이)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보다 거꾸로 2.7배 더 많았다. 그리고 승진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비육아휴직자 4.3년에 비해 육아휴직자는 약 6.2년으로 약 2년 더 길었다. 이 회사는 심지어 육아휴직 기간만큼 직원의 기본급을 조절할 수 있고, 육아휴직자를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규정'까지 두고 있었다.
이러한 근거로 중노위는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인사조처는 대부분 여성에게, 비육아휴직자에 대한 유리한 처우는 대부분 남성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성차별이 맞다'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실질과 법리를 두루 살핀 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보이지 않는 여자들'에서 이렇게 썼다. "전통적인 직장은 '돌볼 가족이 없는 노동자'에 맞게 설계되었지만 여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남자가 그런 이상에 잘 들어맞을 확률이 높지만 더 이상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 남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직장의 '유리천장'에 고통받거나 천장을 부수려 두 세배로 몸을 갈아 일하는 노동자들, 이에 지쳐 경력을 포기하고 육아를 선택하거나, 경력을 위해 출산 또는 육아를 포기하는 수많은 사람을 본다. 잘못된 설계의 부작용이다.
모든 기업의 성공은 노동자와 소비자, 기타 이해관계자 즉 '사람'의 바탕 위에 있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하여 사람을 만들고 길러내는 일을 배제하고 방해하는 것은 긴 시각에서 결코 훌륭한 전략이 아니다. '돌볼 가족이 없는 노동자'에게만 적합하게 설계된 수많은 기업이 이제는 진실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회사측은 중노위 상대로 행소 시작
안 변할땐 국가가 일관된 메시지를
2심은 A씨에게 정당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차별 기간의 임금 차액을 지급하고, 성차별적인 규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다. 중노위 시정명령은 구속력이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회사는 차별을 시정할 마음이 없는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소송 또한 날카롭게 지켜볼 작정이다. 육아휴직자를 차별한 비슷한 사례에서 최근 대법원은 제각각 다른 판결을 냈다. ㄴ유업 근로자가 육아휴직 후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된 사례는 '부당한 전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ㄹ홈쇼핑에서 육아휴직자에게 기존의 매니저 직책을 맡기지 않은 것은 법 위반이라고 봤다. 기업과 사회가 자율적으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국가기관이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할 때다. 돌봄 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은 모두를 위해 부당하다고 말이다.
/유은수 노무사